참살이의꿈

원하지 않으면 부족하지 않다

샌. 2006. 12. 21. 14:59

연말이 될 수록 삶이 공허하고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은 채워지지 않은 바람이나 기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애쓰고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지 못하고 채워지지 않으니 불만족이 생기고 사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거지요. 거기에는 늘 욕심이라는 마음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욕(慾)은 생명체가 생존 번식하기 위하여 하늘이 주신 것이지만, 인간의 경우는 지능과 더불어 욕망이 고도로 진화 발전하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욕망의 포로가 되어 버렸습니다. 동물의 기본적인 생존 욕망은 결코 그들을 불행으로 이끌지는 않습니다. 동물 욕망은 단순하고 자기 한계를 갖고 있어 자연 생태계와 조화를 이룹니다. 그에 비해 인간의 욕망은 쉼 없이 팽창하며 지배와 정복을 통해 욕망을 달성하려 합니다. 그 끝없는 자기 증식은 암세포를 닮아서 결국은 원래 생명마저 파괴하고 공멸합니다. 인간 심층 심리를 연구한 프로이드도 그런 인간의 무한욕망과 자기파괴성에 절망하였던 것 같습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성에 대한 억압이 강화되고 밖으로는 폭력으로 나타나 자멸의 길로 가게 된다고 비관적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고 기대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자식의 능력을 넘어서는 기대나, 더불어 살기 보다는 다른 아이들을 짓밟고라도 경쟁에서 이겨 잘 살아야 된다는 마음은 욕심입니다. 그런 욕심이 아이들을 지치게 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뼈 빠지게 고생하면서 자식일로 애간장을 태우며 자주 절망에 빠집니다. 물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지면서 먹고 살기에 충분하건만 사람들의 물질에 대한 집착은 끝이 없어 보입니다. 1억 가진 사람은 10억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며 그것을 탐합니다. 소유가 많아짐에 따라 만족의 기준은 그 이상으로 커집니다. 연봉이 1억이 넘어도 기대치가 높아지는 한 행복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물질을 통해서는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물질에 더욱 집착합니다. 그것은 명예를 구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나 깨달음에 집착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형이상학적인 것이라도 거기에 집착하게 될 때 그것은 단순한 욕심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인간이 마음에 품은 아름다운 소망이나 기원조차 대부분이 망상이나 환상일 뿐입니다. 깨달음이란 우리가 집착하는 것들이 망상이나 환상에 불과함을 깨닫는 것이 아닐까요? 깨인 이들이란 그것이 몸의 앎으로 연결된 사람들일 것입니다. 삶이란 들판에 피어 있는 한 송이 꽃처럼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단순한 것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삶의 군더더기들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갈 때 만나게 될 그 무엇이 삶의 본질일 것입니다. 그것이 부도, 명예도, 건강도, 욕망도 아닐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본심(本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양파 껍질 같이 마음의 층을 하나하나 벗겨나갈 때 맨 가운데에 있는 본래[本] 마음[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말로 청정본심(淸淨本心)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사람 속에 들어있는 우리의 참 얼굴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한 우리 마음속에 들어있는 하느님이기도 하고 부처님이기도 합니다. 본심은 하루 세 끼 먹을거리와 누더기 옷 한 벌로 만족하고, 비를 가릴 수 있는 산골 오두막이면 만족하는 마음입니다. 욕망을 부추기는 문명에 오염된 현대인들에게도 청정본심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눈을 밖이 아니라 내면으로 돌릴 때 누구라도 본심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족(自足)의 단계에 이릅니다. 그는 일단사일표음(一簞食一瓢飮)으로도 족합니다. 소유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 존재함으로 인한 기쁨을 누립니다. 그러나 대개의 우리는 일상에서 생각하고 욕망하는 그것을 본심으로 또는 참자기로 착각합니다. 그것이 미망의 원인입니다.


옛 성현들은 지금 우리가 이 자체로 충만한 존재임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태거나 줄이거나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망상과 환상이 우리를 불완전하게 보이게 하고 무언가를 갈구하고 집착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그래서 욕망에 또 새로운 욕망을 재생산하며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며 닦달합니다. 지금 이 자리의 나에게 만족할 때 욕망과 집착의 악순환 고리는 끊어질 것입니다.


본심을 깨닫고 자족의 지혜를 갖는 것이 지금 이 시대 우리들의 화두가 아닐까요? 점점 가속되고 있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이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입니다. 더 많이 소유하기 보다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존재의 기쁨을 누려야 합니다. 원하지 않으면 부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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