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젊은 날의 노트(6)

샌. 2006. 8. 10. 12:32

1978/1/2


오늘은 눈이 나리는데 갖가지 무쌍한 변화가 절로 감탄을 일게 한다. 싸락눈이 간지럽게 내리다가는 바람에 불려 소나기같이 빗기며 쏟아지고, 그러다가 한 닢 두 닢 드문드문 무겁게 떨어지더니 다시 이내 화려한 함박눈이 된다. 도저히 앞을 뚫고 나갈 수 없으리만큼 자욱하게 내린다. 눈 덮인 산야는 처량한 미를 지니고 있다고 느낀다. 오늘이 명절 연휴여서일까. 무엇을 기다리다 지친 그러나 기다릴 수밖에 없는 운명적 체념, 흰 들판은 그렇게 비치어진다.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영희에게 회신 쓰다. 약간은 염세적인 내용으로 써내려가다 결국 마지막 줄에선 ‘雪片의 亂舞가 아름답구나’로 맺어진 것은 저 티 없는 순수를 외면할 수 없었음일까. 눈을 맞으며 길을 걸을 때 아다모의 곡도 흥얼거려 보고 어깨에 쌓인 눈 툭툭 털며 다방 문 밀치고 들어가 따끈한 커피 한 잔 맛에 감정 잡은 것도 다 이 눈 때문이 아니던가.

모드들 집 찾아가고 썰렁하기만 한 내무반에 들러 고작 누워 TV에 얼이 나간 몇 몇 불쌍한 친구들이여. 밖엔 눈이 온다. 연초 하얀 시간들이다.


1978/1/3


절망의 폭풍을 헤친 자만이 환희의 부두에 닻을 내릴 수 있다. 친구여, 자네가 입대한다는 연락을 받고 그저 착잡하기만한 심정이네. 규칙적인 생활, 고된 육체적 훈련 등등 누구나 군대라면 우선 이런 것들이 떠오르고 그래서 힘들게 되었다고들 또는 고생하게 되었다고들 하는 말들을 많이 들었을 걸세. 허나 그런 것들만이 아니야. 우리를 짓누르는 것은 그것이 아닐세. 30여 개월 속에 도사리고 있는 무서운 권태의 독침, 컴컴한 절망의 함정. 자네의 가시밭길 3년에 이런 무수한 마의 촉수를 각오해야만 되네. 실제 체험 없이 이해할 수 없는 게 자유로운 사회 속에서의 권태라든가 절망과는 이 집단에서는 성질을 달리하니까.

어두움 속에서 가끔씩 자문해 보네. 이 암흑이 나의 생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고. 단지 예방주사 마냥 면역 작용에 불과하다면 푸른 제복의 생활은 얼마나 초라하기만 한지. 그렇다고 유명 인사들의 勸입대가같은 이상화한 3년은 역겨운 냄새만 풍기고, 받아들여 진대야 한 순간에 불과하네.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거의 철칙에 가까운 게 아니겠나.

친구여, 자네에게 튼튼한 갑옷이라도 준비시키지 못하는 나를 원망하네. 차라리 인류에 아니 신에게 원망하고픈 심정이네. 우리가 장만할 수 있는 불침의 철갑-이것도 뚫을 수 있는 상상을 초월한 공격 무기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절망적으로 슬프게 한다네. 一酒후 사자후하는 뭇 푸른 제복들에 현혹되지 말지니 그들은 죽음 앞에서도 큰소리치는 생의 사기꾼들이거나 가면을 쓴 허풍장이임을 명심하도록. 삶이란 고삐 매어진 망아지처럼 애처롭고 따분한 것이니 자네가 당면할 이 큰 장벽 앞에서 목 놓아 울어나 보세. 언젠가 시간은 장벽 너머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니 그 때 되면 또 한 번 얼싸안고 울어나 보세, 웃어나 보세.


짠 바닷바람을 타고

그리움은 태양으로

증기되어 피어오른다

한 소녀가 견디어야 할

짙은 고독의 늪 가운데서도

그리움은 아지랑이 되어 솟아오른다

그러나

여기 영하의 계절에

피어오를 것도 솟아오를 수도 없는

싸늘한 대기 속을

안으로 안으로 결빙되는

푸른 시절의 넋

빛 잃은 태양을 향한

해바라기가 처량하다

먼데서 들려오는 자폭의 굉음

공명의 메아리가 훑으며 저만큼 가 있다


1978/1/8


<눈물>

눈물이라 써놓고 보니 나에게는 꽤 친한 낱말중의 하나인 것 같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입대하여 16개월간 눈물의 짭짜란 맛을 경험한 것 세어보니 무려 10회 가까이나 된다. 그간의 눈물의 약사나 심심하니 적어보자.


1. 입대하기 위하여 증평역 앞에서 쭈그리고 앉은 100여명의 장정들 틈에 끼여 그 착잡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처음으로 부모님 앞에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땐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얘야 눈물 닦아라” “아 왜 자꾸 눈물이 나지. 눈이 나빠 큰일인데” 그때 과연 그 눈물이 눈이 나빠서 난 눈물일까? 가축 끌리듯 몰려가면서 그 때도 눈물이 났을까? 아냐 다만 앞이 뿌얬을 뿐이야


2. “동이 트는...” 땀과 흙으로 범벅된 카키복에 M1 소총을 메고 구령 소리, 군가 소리 우렁차게 야외 교육 나가던 날. 그런 때면 정문 앞에는 꼭 한 두 사람이 목을 빼고 두리번거린다. 아들을 찾는 부모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모두가 똑 같은 깜둥이들이니 감히 분간할 수 있겠나. 그 애처로운 모습을 보면 우리의 마음도 괜히 찡해지는데. 한참 가는데 옆에 놈이 찔끔 찔끔 주먹만한 눈물을 튀긴다. “왜?”“정문에 우리 아버지가....” 녀석 진작 말해주지, 소리라도 질러 줄 텐데. 만약 그랬다간 천지개벽되는 날벼락이 떨어질 줄 아는데 말로나 큰 소리 치며 녀석 따라 나도--


3. 각개 전투 교장에서

기압이 태반을 차지하는 교육이건만 단지 운이 나빠서 애매한 기압을 독차지하게 될 때는 억울한 게 인지상정. 신임 소대장이 우리 소대에 대한 시범 기압을 선물했는데 이건 한 여름 산을 오르내리는 선착순이다. 언제나 뒤를 쫓는 나로선 끝날 때까지 돌아야하는 비참한 신세라, 양심이 사람 죽인다고 약아빠진 놈들은 별별 수단으로 다 앞질러 빠지는데, 사실 쓰러질 때쯤 되어서야 끝났다. 모두가 땀에 흠뻑이다. 욕설에 찌들고 기압에 녹초 되고 이런 상처받은 아픈 마음들에 우리 내무반장의 부드러운 위로의 말은 소대원 전부를 울게했다. “군대한 다 이렇게 ×같은 거니 너무 서러워마라. 언젠가는 끝난다. 힘내서 다음 교육 잘 받도록 해라” 그렇게 북받쳐 오르던 울음은 처음이었다.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었다. 모두가 울고 있고 또 얼굴을 봐야 땀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4. 국군의 날. 처음 국군이랍시고 되어 처음 맞는 국군의 날에, 나의 생일 격인 그런 날에 만인 주시하에 혼자 온갖 폼 다 잡으며 기압 받은 얘기가 있다.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하사한테서. 웬 눈물이 그렇게 나오는지, 서러워 서러워서.... 국군의 날만 아니었어도 눈물은 아니 흘리는건데.


5. 이등병 계급장 붙이고 항공모함이나마 워카 신고 하튼 신났다. 이제 졸업이다. 싣고 갈 트럭들의 엔진소리가 더욱 들뜨게 만든다. 내무반에선 마지막 악이 얼싸안고 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되는 순간들이다. 잘 가라, 잘 지내라, 정든 전우들. 출발이다. 후배들이 박수로 환송한다. 군가가 어우려져 천지를 진동한다. 영원히 떠난다. 잊지 못할 곳. 어두움에 잠긴 37사단이여, 굿 바이. 이유모를 눈물이 줄줄 흐른다. 뒤따르는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얼굴을 훑는다. 또 암흑이다. 눈물이 바람에 날린다. 질주에 질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6. 후반기 교육도 끝나갈 무렵, 그를 만나게 된 것은 희한한 일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꼭 운명의 장난인 듯 느껴져 삶의 묘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로부터 할머님, 부모님, 동생들을 상봉하게까지 되었는데 익을 대로 익은 훈련병의 모습이 가족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여인들이란 그래도 달라서 또 나를 감상에 젖게 만들다니. 손수건을 갖다대면 함초롬히 배어날 그런 눈물이, 그게 부끄러워 참고 참고 허한 웃음 짓고.

7. 법무부로 전입 와서 이틀째인가 일요일 아침. 홀로 떨어져 다시 낯설고 물선데서 졸병으로 홀로 사무실에 있으려니 한 버려진 고아, 어떻게 생활해 나가려나. 막막하고 초라한 신세에 어머님의 모습이 하늘에 뜬다. 소나무 앞에서 ‘어머니’를 부르며 울고 나서야 조금은 진정된다. 그로부터 세월은 훌쩍 15개월이나 지났는데.


8. 약 3개월 전 끝까지 참다가 그 날은 폭발되고 말았다. 그냥 사무실 책상에 엎디어 엉엉 울고 말았다. 모두가 보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겠나. 눈물 많은 놈이니 별수 없다는 식이었겠지. 여자라면 몰라도 사나이로서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한다는 게 창피스러운 줄 알지만 난들 주체 못하겠는데 어쩌랴.


적고 보니 내 초라한 행적뿐이어 사실 창피하다. 허나 사실은 사실로 받아 들여야 되겠기에 유감이 있대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남은 군대 생활은 눈물로 얼룩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허나 현실 앞에서 자신은 없다.


1978/1/10


자고로 행복은 추구할게 못된다. 솜사탕만 하다가도 손에 잡으면 눈알 사탕만 해지는 것. 행복이란 미숙한 어린아이들만이 갖고 노는 노리개감.

가끔씩 TV를 통하여 고마운 국군 아저씨라며 방영되는 걸 본다. 누구라도 같이 있으면 마음은 더욱 착잡해진다. 두 번 고마우면 큰 일 나겠다고 허허 웃지만.... 여기나 거기나 현실은 이 계절보다 더 차다.

결혼에 대하여. 결혼은 청춘의 조종이다. 대부분의 나쁜 결혼은 모두 그렇다. 그러나 성공적인 결혼 생활이 여기 있다. 차후 시간이 나면 적어 보리라.

삶이란 느끼면 비극이요, 행동하면 희극이다.

나라는 놈을 고삐 매고 끌고 다니고 있을 것 같다. 괴물 중의 괴물. 이놈만 심복으로 만들 수 있다면.

“차라리 동지 섣달에 개나리 꽃 피기를 기다리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왜 개나리 피기를 기다리지 못하겠느뇨.”


1978/1/11


지금도 전방 싸늘한 철조망 응시하며 시간을 지키는 용사들이 있는데, 규율에 매여 추운 몸 떨며 여기서 저기서 따스한 마음 그리워 갈증을 느끼는 우리의 젊은 동료들이 있는데,

지금도 서울 밝은데서 으슥한데서 자유를 희롱하며 거북선 물고 다리 꼬고 맥주잔 앞에서 삶을 농락하는 여대생들, 사람들.

그대들에게 신의 저주가 있으라. 우리는 왜 땀을 흘리며 눈물을 짜야만 되는가? 왜 돼지 취급 받으며 이 세월을 원망해야 되는가? 너희들은 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기주의 밑에서도 그다지도 독버섯같이 번성할 수 있나? 서울의 밤이여. 순결한 마음으로, 오직 순결한 마음만으로 나의 여인과 함께.


나로 하여금

나를 위해 울게 하소서

세계를 보고 울게 하소서

오직 하나로 더럽고 더럽고 더러운 것에

무의미한 이 행성의 공전뿐

하늘의 혜성을 그리고

땅에는 흙의 역사를 새긴다

한 알 모래도

탄식할 것이어늘

시궁창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의 의미를


1978/1/13


-倉田의 ‘순결한 청년에게 보낸다’를 읽고-

倉田은 나에게 해머로 때리는 듯한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오랜 미몽에서 깨어나라는 신의 음성같이도 여겨진다. 이 글은 대학 시절 때 처음 읽고 감탄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놀라움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책을 덮고 갑자기 나를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찾은 것 같기도 한 묘한 설레임 속에서 하늘이 부르는 손짓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 글의 주제는 단순한 것이나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사상은 지순하기만한 것이기에 고작 땅을 기며 가끔씩 하늘을 쳐다볼 줄 밖에 모르던 벌레에게 창공을 날 수 있는 변신의 용기와 희망을 준다. 나의 내부에 빛이 비쳐듬을 느낀다. 삶은 다시 반짝이며 충일하게 부풀어 오른다. 이제 대지를 박차고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상념은 상념에 이어져 나를 몰고 간다.

그러나 헤쳐야 할 난제는 많다. 倉田의 글은 약간 추상적 개념이 많아 논리적 설득력이 부족한 듯 하고 특히 현실과 조화라는 데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듯이 보인다. 그것은 연애, 결혼, 가정, 직장, 대인 관계등 사상과 생활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ɘꘘ͒ɘꘘ짐űŰ餼Βʜ기본 입장에는 동조하지만 그것이 꼭 전폭적인 지지로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삶이란 범인들 같이 먹고 놀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고뇌하고 그리하여 바라는 이상의 세계를 향하여 자신을 끌어 올리도록 애쓰고 또 애쓰는 자기 성장의 과정이어야 함은 틀림없겠다.

자기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집을 나간 노라가 강한 여자였다고 한다면 그것은 천박한 소리라고 예를 들면서 창전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가령 성욕이라고 하는 본능은 누구나 갖고 있는 공통적인 것이다. 그 성욕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배척하고 포용하는가 하는 곳에 개성적 특질이 있는 생활이 발견되어야 한다. .......

인간다운 생활의 본질을 얼마나 쉽게 설명해 놓았는가! 하튼 창전은 나에게 극복해야 할 과제를 던져 놓았다. 그는 그것을 미끼로 이스트를 넣은 빵이 커져 나가듯 정신생활의 난숙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생! 얼마나 가능한 미래가 앞에 펼쳐져 있는가.


1978/1/15


‘인생은 예술이다’ 이것은 나에게 당연한 사실이요 의무이다. 마치 예술이 세상의 온갖 재료를 모아 하늘의 모습을 표현하듯이 인간의 일생도 땅을 바탕으로 하늘의 것으로 도달하려는 지순한 노력의 과정에서만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봉대와 이별주을 하며 다시 술의 황홀경에 빠지다. 몽롱한 가운데서 나를 분석해 볼 때 다시 한 번 고개가 끄덕거려질 뿐이다. 인간은 그 자신이 만드는 법이다. 무의식 세계의 본질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

어제도 소주를 자작하며 한껏 취했다. 그 국제급 건망증에 또 한 번 실소하고, 집에 전화하니 반가운 소식, 할머님이 고맙단다. 뭐가 고마우시단 말씀인가.

TV를 보며 사람을 찾는다.

나야 초라하고 바보지. 그러나...

하늘의 천사들도 시기할 연애, 성스러운 연애, 노래와 같고 시와 같은 연애, 하늘 높은데서 이끌어주는 연애, 하늘 높은 데로 인도되는 연애, 반짝이는 이중성과 같은 연애, 모든 걸 덮고 모든 걸 열어주는 연애.


1978/1/20


大寒에 大雪이다. 발목까지 빠지는 길을, 찬바람에 몰려있는 눈을 따갑게 맞으며 걸어 나오다. 생각은 혼란되어 종잡을 수 없다. 삭막해진 마음 탓인가. 흰 눈에 덮여 끝없는 비행장의 활주로가 멀다. 아이들은 길에서 운동장에서 즐겁게들 놀고 있다. 하얘진 옷으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밝다. 가게 앞을 쓰는 손들이 바쁠지라도 신선함이 있어 귀찮은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눈! 김삿갓의 시도 떠오르고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저 눈에 비하면 모든 게 그저 초라하기만 하다. 어디 눈 편지라도 띄우고픈데 청승맞은 짓 같아 보여 차라리 단념하는게 좋겠다. 눈이 오는 날이면 모두가 이상주의자가 되나보다. 현실, 생존경쟁- 골치 아프다. 참 하늘의 색은 아마도 순백일 것만 같다. 눈 오는 날, 흠뻑 눈을 맞으며 다방 문을 밀치는 것도 멋 같아 따끈한 커피를 그리며 다방을 찾았으나 ‘20일 휴업’이 반긴다. 다방에 무슨 죄가 있으랴마는 참 운치 없는 주인이다. 되돌아서며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눈은 그치고 북풍이 싸늘하다. 이제 거리는 온통 지저분해 졌겠다. 그 순일했던 시간은 어디로 가고...


1978/1/22


겨울 아침. 산야를 덮은 눈 위로 얇게 부서지는 陽光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커브 길을 돌아 달려오는 버스의 엔진 소리, 크락션 소리도 우리를 기쁘게 한다. 사람들의 밝은 표정, 다방 문을 밀치고 들어가는 여자의 뒷모습,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호떡, 양지에 옹기종기 모여선 아이들, 맑은 겨울 하늘, 창공에 선을 그으며 날아가는 새들,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를 기쁘게 한다. 그저 일요일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나들이 차림의 젊은이들, 스케이트를 들고 가는 소녀들, 노란 털모자를 흔들며 눈 장난치는 아이들, 성경을 끼고 발길을 재촉하는 교인들, 외출을 나오는 사병들의 환한 모습들,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를 기쁘게 해 준다.


1978/1/24


한 잔 술로 다방 아가씨와 농할 제 어찌 즐겁지 않으랴. 다이아몬드에 서면 사뭇 아웃만 당하는 9번 타자가 정말 기적 같은 히트를 친 날의 기분이 이럴까. 우리 주인님 컨디션도 연일 상승 무드. 오늘은 두려울 정도로 다정하게 모레부터 집에 가는게 어떻겠냔다. 꿈같은 현실이란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시 분명하다. 제대한 채병장도 찾아와 예상외의 허락으로 함께 두꺼비 잡아먹으며 겨울 낮을 즐기다. 진실로 인간의 행복이란 생활 조그만데서 줏어 얻는 것.

영아에게서 카드 오다. 감찰부 김 일병이 억지 부리는걸 샴페인 한 병과 바꾼 셈. 삭막한 시간 속에서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들은 이와 같이 단순한 것임을. 채 병장 가면서 한산도 한 갑을 건네주는데 지금 한 개피 뽑아 피우며 따스한 인정도 함께 마시고 있다.


삶이 진실치 못할지라도

먹구름이 우리를 둘러 쌀지라도

그래도 삶을 지켜주는 그 하나 있어

우리의 길에 새 힘을 주도다

허망에 빠지고 돌부리에 채이고

쳇바퀴 돌듯 어지럽기만 한 제 자리 걸음

그러나 거기에도

하늘의 별, 반짝이는 성좌

도달할 길 없는 높은 은혜에

두려운 감사가 솟아오른다. 퍼져 밝힌다


1978/1/27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애욕에의 번민. 정신적인 고독, 천상에의 갈구, 이상향의 인간, <영원한 여성>

파우스트를 읽고 있는 중이다. 세계 문학을 편렵하리란 대계획의 스타트 라인에서 울리는 총소리가 경쟁자 없는 출발을 재촉한다.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 파우스트의 독백마냥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 신학까지도 연구를 끝냈지만 결국 현명해 지지도 못하고 바보가 되었다’는 그리하여 메피스토의 유혹에 빠지는 나약한 존재가 되고 마는게 아닐까? 아니 도리여 현명한 자일지 모른다. 용감한 자일지 모른다. 인간에게 주어진 짐으로서 짊어져야 할 것이기에.

영혼이 잠 깨는 소리를 듣는다. 차갑고 신선한 새벽이슬이 입술을 축여준다. 감미롭게. 정신은 이제 개화하려는 3월의 씨앗.

욕, 허풍- 현실이 받아 마땅할 응보이거늘

진실이라는 말을 꺼내기엔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술 한 잔을 들며 술 노래나 부를까. 우리의 불감증을 치료해 달라. 경이에 눈 뜨게 해 달라.


1978/2/3


웃음은 비겁하다. 울음은 오만이다. 웃어도 울어도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웃을 줄도 울 줄도 모르는 한 그루 낙낙장송이나 되어서 울고 웃는 인간사 초연히 바라보기나 할까. 아니 그래도 번민하고 다난한 인간이 좋다. 고통이 필연적이라면 또 행복이란 실재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주위에 있는 인간으로서의 동료들-함께 울고 함께 웃는-그들이 있음으로써 나는 살아나가는게 아닌가. 낯 선 사람들의 대화에도 거리낌 없이 끼어들고 싶고, 생면부지의 굳은 얼굴에도 정다운 미소나마 보내고 싶다. 산다는 것이 곧 즐거움이 되도록....

얼어붙은 계절에 우리들의 마음까지 얼어있다. 나의 가치 기준으로 남을 평가한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으리라는 전제 밑에서 나는 각자의 개성을 밑받침하고 있는 공통된 인간으로서의 지반을 생각해 본다. 거기에서만이 우리들의 대화는 훈훈해질 수 있고 서로의 감정은 따스하게 교류될 수 있지 않을까. 공통된 인간으로서의 지반. 머리 위에서 빛나는 하늘의 별들은 우리의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가. 은하수의 물결 소리가 들리고 아름다운 성좌의 신화가 탄생한 저 하늘의 별들은 서로가 외로운 존재들이나 그러나 저렇게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가. 인간들에게도 가능하리라. 신화라도 탄생할 수 있는 인간관계가-


1978/2/7


내가 널 찾는 것은 네가 여자라는 사실 뿐이다


1978/2/11


아침. 생활이란 기쁨과 슬픔, 환희와 허무가 교차되는 짖궂은 큰 이의 장난 같구나. ‘인생은 한 줄의 보오들레르보다 못하다’는 말이 어쩜 맞기도 하다. 우수의 눈초리, 생의 매력이 담겨있는 눈동자.

학사 편입- 아직 그것은 영원히 매력있는 말. 꿈은 나를 설레이게 한다.


1978/2/26


곧 나비를 보게 되겠지요

송화가루 뽀얗게 나리는 그런 때가 오겠지요

그러면 나는

하얀 마음이 되고 싶어요

나비를 보면 나비 물이 들고, 나비를 닮고

송화가루 불어오면 송화가루 물들고, 송화가루 되고

그저 하얀 마음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은 떠나가도

하나 남겨주는 것 없이 떠나가도

그저 쓰라린 가슴 안고 하얀 노래나 부르고 싶어요

원망하진 않을 거얘요

마냥 참고 견디며 그 날을 기다리죠

그러면서 나는 자라는 거얘요

내부로 축적되는 귀한 경험이 내 것으로 되는 걸 느끼며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라면 더욱 좋겠어요


1978/3/2


상병 진급. 그저 그런가 했는데 막상 계급장을 달고 보니 그저 그런 게 아니다. 벌써 이렇게 되었나 싶은 게 대견한 마음조차 든다. 모든 것을 긍정하며 살아가자고-- 누가 무슨 아니꼬운 소리를 지껄여도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변형시켜 들으면 어떨까. 나를 죽임으로써 나를 살릴 수 있을까?


1978/3/6


너무 바빴던 하루! 아침에 부대 나가며 이런 생각했다. 경칩인 오늘 각 학교에선 입학식이 거행될 텐데 일년 뒤의 나는 선생이 되어 아이들 앞에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가 아니면 학생 신분으로 다시 캠퍼스를 거니는 가슴 설레는 감동을 간직하고 있던가 둘 중의 하나이리라고.

탄을 나른 후 김 병장이 이런 말을 한다. 숙소 당번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다. 군대 생활중 무슨 할 짓이 없어서 빨래하고 밥하고 아휴-- 그 당번노릇한지도 벌써 4개월이 된다. 할 짓이었든 못 할 짓이었든 힘들기만 하다. 어디 가나 다 마찬가지겠지. 결국 중요한 것은 보람이라는 것인데 그것마저도 나를 외면하니 마음은 그저 공허하기만 하다.

주어진 일을 마치니 8시. 허나 옆방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에도 선뜻해지는 이 불안감. 부관부 이 병장이 제대하면서 적어달라고 한 메모지에 이렇게 쓴 기억이 난다. ‘감사해야 될 것은 세월밖에 없읍니다’ 우리 처부 박 병장은 금주에 나가는데 개구리복을 입게 될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군대 생활을 어떻게 보내었든 일말의 존경심을 품게 된다. 3년은 그렇게 어려워 보이는데 이제 타인의 생활 태도를 비난할 용기조차 잃어버리고 나의 삶 역시 그런 부류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한탄할 뿐이다.

그리운 것은 신선하고 순수한 것이다. 생기발랄한 삶이 이 세상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아니 나의 생활에서 창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내일은 team spirit로 비상예정. 이 밤에 봉암리 심부름 다녀왔는데 그 불빛이랑 사람들이랑 가게들도 좋고 컴컴한 대지에 별이 빛나는 하늘은 더욱 감탄을 일게한다. 아! 어느 가게에서 들리는 바둑돌 소리. 그게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누나.


1978/3/15


정희가 Y에게 우리 오빠는 참모 당번이 되어 밥해 주고 있다 했더니 하하 웃더라고. 오늘 소대장이 “야 정근이 너 나중에 학생 앞에 서서 군대 생활 딱깔이로 밥해 주고 시중들며 보냈다고 얘기할 테냐?” “소대장님, 그건 대외비입니다.”


1978/3/16


어제 23:40부터 00:20까지의 일은 평생 잊지 못하리라. 한 순간의 방심으로 들어야했던 그 모욕과 수치. 양 발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방바닥을 얼룩지우는데 난 고개 숙이고 얼마나 비통에 몸부림쳤던가. 이미 지나간 일, 더 생각하지 말자. 괴로울 뿐이다. 아, 머리가 너무 아프다. 후에 나는 무엇이 되어서 이 고뇌를 얼마간이나 이해할 수 있을는지. 완전히 병신이 되었던 과거의 한 분신을 과연 얼마간이나 상상해 낼 수 있을는지.


1978/3/19


밤 11시. 소주 한 잔과 담배 한 개피로 하루를 보낸다. 술! 담배! 이것들로 세상은 나의 품으로 안긴다. 이것들로 나는 세상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몰래 자작하는 한 잔 소주의 맛! 나의 폐부를 훑고는 허공으로 사라지는 한 줄기 담배 연기! 짧은 화랑의 쓴 맛이건만 그건 나의 둘도 없는 애인이다.

어제 저녁에 훈련소 동기 놈을 정말 우연히도 만났는데, 함께 막걸리 나누며 그 놈이 이렇게 말한다. “너 많이 변했어. 그 때만해도 말 없고 그리고 술, 담배도 안 한 것 같았는데...”


TV, '행운의 청춘열차‘’우리들 세계‘’우리노래 고운노래‘’모이자 노래하자‘ - 그리운 인간의 모습들을 만날 수 있는 프로들이다. 내가 상실한 세계를 거기서 발견하는 걸까. 세상을 사는 갖가지 아마튜어 인간들의 때 묻은, 때 묻지 않은 모습들에서 어떤 구원의 가능성을 보는 느낌이다.


1978/3/20


점심 휴식 시간, 따스한 햇볕을 쬐며 사무실 벽에 기대어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놀라게 하누나. 아! 봄이구나.

세상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을까. 오늘 아침에도 벼락같은 호통에 다리가 후들 후들 떨리는 진통을 겪었으나 속마음은 그지없이 태평스러웠다. 이젠 주변 잡사에 아옹다옹하지 않으리. 세상만사 모든게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리. 마음이란 묘한 것이어서 시궁창 속에서도 연꽃을 피게 할 수 있고 거울같이 맑은 호수에도 물고기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는 아이러니 같은 기적을 만드는 것.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결국은 모든 게 하나로 귀착될 수 있는데 그건 나 자신에 관한 문제이다.


1978/3/22


24km 행군. 참모들로 부터 직할대 전 병력에 실시. 빠질 수도 있었으나 자원하여 참가하다. 안일한 생활에 그래도 군인인 것 같은 느낌을 가져볼 수 있을 듯 하여. 날씨는 아침은 진눈깨비더니 오후 출발시부터는 비로 변하여 우중 행군이 되었다. 까막산 중턱을 넘을 때는 다시 진눈깨비로 변하고, 너무나 오랫만의 육체적 노동의 탓인지 끝나 돌아오니 휘청거리고 앉아도 누워도 저절로 눈이 감긴다. 행군 중 재천이와이 弄으로 그다지 심심치 않게 걸었으나 그 놈이 날 경솔하다고 생각하든지 어떻든 좋다. 시시껄렁할지라도 그저 듣고 얘기하는게 기분 좋으니까. 만나면 미안하기만 한 소대장이나 보좌관과의 짧은 대화도 이런 기회 아니면 나 같은 생활에서 어디 쉽사리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1978/3/26


참고 지내자. 그렇게 하는 도리밖에 없지만. 서산에 지는 해를 보면 얼마나 아름다우냐. 또한 얼마나 고마우냐.


1978/3/27


많은 꿈으로 시달리는 밤이 있다. 깨어나도 머리가 맑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게다. 그러나 오늘 밤 꿈을 생각해 보면 나는 성에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본다. 순전히 동물적이고 습관적이 된 악덕. 거기에 대하여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깊이 박혀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역시 악덕은 악덕인 것, 아니 인간이기에 도리여 극복해 나가야 될 의무가 있는게 아니겠는가. 성에 대해서만은 호리만큼의 노력도 찾아 볼 수 없는게 나의 현실이다. 오늘 꿈을 회상하며 자책한다. 선을 바라며,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978/4/2


어제 밤은 半怪人 조병장과의 대화가 재미있었다. ‘나는 신이다’로 시작되는 그의 말은 차라리 즐겁기만 했다. 그러나 그의 이 말은 아직 기억에 남는다.

“사람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 자신 끊임없는 반작용을 가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얼마간은 완전히 색다른 환경에서 생활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위기에서 그는 더욱 자신의 목표를 동경하게 될 것이고 끊임없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될 테니까요. 내가 만약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나는 철학과에는 절대 입학하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수학과나 사학과 계통으로 나갈 거얘요. 그 길이야 말로 진짜 철학을 배우는 길이 아닐까요.”


1978/4/7


오늘은 크나큰 결심으로 만물이 새롭다.


1978/4/11


편지 받아보았는지 모르겠구나. 오늘은 날씨가 무척 음산해. 간간이 비도 뿌리는데 이 아름다운 계절을 빼앗긴 아쉬움이 남는군. 그러나 가랑비에 젖은채 함초롬히 피어있는 목련화를 보았을 때 자연의 또 다른 美를 찾아볼 수 있었어. 자신을 돌아보며 이젠 잃어진 童心을 꼭 찾고픈 바램. 步步登高. 걸음걸음이 언제나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978/4/12


意志에 거슬리며 살 수 밖에 없는 生活! 차라리 모든 것 팽개치고 떠나갈까, 떠나가.


1978/4/21


다시 部隊 生活로! 첫 탄약고 보초. 다만 신경쓰일게 없다는 게 그저 좋다. 새 出發.


1978/5/28


귀대. ‘來日은 또 來日의 太陽이 떠오른다.’


1978/8/26


어제 훈련 마친 동생이 면회. 푸른 군복 입은 그가 마음 아프다. 우리들 공동의 고통이요 아픔이다. 生은 술 마시고 떠드는 그런 소란 속에 있지 않고 고독과 고뇌, 고통 속에 참 의의가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이 세상은 부조리와 불합리와 불공평한 것이어늘 피할 수 없는 체념과 자조. 자신을 바로 보자. 세상을 무지개로 꿈꾸지 말자. 무엇을 하고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끝없는 노력을 하며 생활, 생활. 男女間의 神秘함, 항상 신선하고 외경의 감이 넘친다. 生活하는 哲人. 헤픈 웃음, 열등감의 표시는 自我의 파멸이다. 온갖가지 인간들, 만가지 事物들, 번성하는 市場속의 파리떼를 저주하라. 저주하고 또 저주하고 그러면서 자신을 지키라. 넘어지고 넘어지면서 그러나 쓰러지지 않고 일어서면서 自我를 성숙시키며 다가올 구원의 날을 위하여.

秘密을 지키라. 과묵한 사람이 되라. 위선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하라. 오직 중요한 것은 나의 城을 튼튼히 구축하는 것이다. 人生의 情熱은 여기에 쏟는 것이다. 人氣, 3流, 그저 滿足하는 現代的인 市民들을 모멸하라. 거기에 동화되느니 차라리 면전에서 그들을 모욕하라. 거기에 내 세계의 승리가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느니 차라리 자신을 파괴시켜라. 人間的인 것 중의 가장 人間的인 것, 그것은 異性間의 純粹한 愛情이다. 人間의 幸福은 家庭에서 흐르는 단 물로 윤택해지는 것. 고로 연애, 結婚에 때가 묻을 수는 없는 것이다.


1978/10/5


隊長이 신나게 기압 준 후 너희들 몽둥이 들면 말 듣는척 한다며 非人間的 存在들이라 힐책. 그러나 人間들 중 그 누가 말만으로 모든 걸 원활히 이룰 수 있으랴. 차라리 매 맞고 야단 듣는 그런게 도리여 人間的임을 그는 왜 모를까?


1978/10/16


바위같이 무겁고 묵묵하여라. 헤픈 웃음을 흘리지 말고 때가 올 때 참답게 웃을 줄 아는 사나이가 되라. 자신의 내부를 성찰하라. 그리고 삶의 바탕은 거기에 두어라. 일상의 희노애락, 그것이 실은 발에 밟히는 티끌에 진배없음을 깨달아라. 보다 고원하고 숭고한 이상-- 아, 우리는 격랑의 파고를 헤치고 헤치고 나아간다. 人間으로서 人間을 사랑하라. 나에게도 수많은 결점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공통된 人間으로서의 운명의 회전그네를 타고.....


1978/12/14


손톱에 붙은 微生物이 손톱을 보고 딱딱한 物質(無機物)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듯, 우리도 地球를 보고 아니 宇宙를 보고 그저 物質만이라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萬物은 큰 生命의 一部分이니...

宇宙,生命,意志의 發現⇒人間. 그 價値는 宇宙認識에 이를 때, 宇宙意志(生命)에 合致될 때만이 빛날 수 있다.

그럼 宇宙生命이란??? 接近 方法(우리는 正確히 理解할 수 없다. 하나 近似的으로 把握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人間 良心의 소리(全宇宙에 共通).


1978/12/15


마음이 맑으면 만물이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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