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천마산의 너도바람꽃

샌. 2005. 3. 28. 14:33

봄꽃을 보러 천마산을 찾다. 산 속에 드니 봄은 아직 멀리 있다. 계곡은 얼음으로 덮여 있고, 산길도 녹지 않은 눈으로 미끄럽다. 작년보다도 봄이 늦게 찾아오고 있음을 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맘때 쯤 천마산에서 만날 수 있는 봄꽃은 너도바람꽃, 노루귀, 복수초이다. 나는 이들을 3월의 천마산 3총사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 너도바람꽃이 가장 먼저 핀다. 아마 예년 같으면 지금쯤 너도바람꽃은 졌을 때인데 올해는 지금이 한창이다. 대신에 노루귀는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 복수초는 이제 갓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천마산 '꽃의 계곡'의 너도바람꽃 군락지는 정말 대단하다. 너도바람꽃이 쉽사리 볼 수 있는 꽃이 아닌데 유독 여기서는 엄청나게 많이 피어난다. 맑은 눈요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

 


 

천마산에 오르는 입구가 호평동인데 오랜만에 와보니 이곳이 상전벽해가 되어 있다. 조용하던 전원 마을이 대단위 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한 것이다. 일부는 입주가 시작되고, 일부는 아직 공사중이다. 토목 공사의 삽질에 남아나지 않는 땅이 없지만 이곳을 바라보는 심정은 더 씁쓸하기만 하다. 개발도 개발 나름, 그래도 한 가닥 품위나 미적 감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산의 코 밑까지 흉물스런 시멘트 도시를 세우는 저 무지막지함에 가슴이 매인다. 이건 결코 인구밀도나 택지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와 효율성의 논리 앞에서 무너져 내린 것이 어디 한 두 가지인가.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러 갔지만 마음은 자꾸만 무거워진다. 깊은 계곡에서 숨어 피는 저 예쁜 것들이 자신의 땅에서 쫓겨날 날이 조만간 찾아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인간도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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