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쓰나미의 수수께끼

샌. 2005. 1. 3. 14:31

지난 연말에 남부 아시아 해안을 휩쓴 지진해일로 20만 명 가까운 인명이 희생되었다. 앞으로 사망자가 더 확인되면 그 피해가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대재앙이었다.

지진해일의 공식 명칭은 ‘쓰나미’(津波, Tsunami)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쓰나미의 무풍지대였기 때문에 이 용어에 생소한데, 쓰나미의 설명을 보면 여러 가지로 특이한 점이 많고 잘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다.


첫째, 쓰나미는 전파 속도가 무척 빠르다.

일반적으로 파동의 속도는 매질의 관성적 성질과 탄성적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쓰나미의 경우,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바다 깊이라고 한다.

그래서 바다 깊이가 1000m 정도 되는 해저에서 지진이 일어나 쓰나미가 생겼다면 그 속도는 시속 350km나 된다는 것이다. 만약 바다 깊이가 2000m가 되면 시속 500km가 된다.

이 속도는 음속의 ½ 정도나 되는 빠르기로 제트기의 속도에 비교될 수 있다. 보통의 물결 빠르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속도는 거의 상상을 초월한다.

어째서 쓰나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수 있는지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해저 지각의 수직 붕괴 시간이 대략 수 십초 가량 걸린다는데 그로 인해 생기는 쓰나미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보통의 파도와 쓰나미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파도는 바다의 표면에서만 생기는 현상이지만 쓰나미는 바닷물 전체가 통째로 움직인다.

어마어마한 바닷물의 상하 진동의 펄스가 제트기의 속도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질릴 것만 같다.

그런데 이렇게 빠른 쓰나미도 해안가에 접근하면서 수심이 얕아지면 속도가 감소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물결파도 마찬가지다.

쓰나미가 가진 거대한 에너지가 속도가 줄어들면서 중첩되는 탓에 진폭이 커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심해에서는 1m 정도 높이 차이가 나도 육지에 상륙할 때는 파고가 수 십m로 높아질 수가 있다.


둘째, 쓰나미는 긴 거리를 거의 에너지 손실 없이 전달된다.

대양은 엄청나게 넓다. 그런데 쓰나미는 수 천km가 되는 거리를 막힘없이 질주해서 반대편 인도 해안을 초토화시키고 아프리카 해안까지 이동했다.

이것은 이번에 발생한 쓰나미가 길이가 1천 km가 넘는 단층에 의해 생긴 직선파라는데 있는 것 같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 모양의 물결파가 생기는데 이것은 평면파로서 파동의 세기는 거리에 반비례해서 약해진다. 즉 파원에서 거리가 10배로 멀어지면 파동의 세기는 10분의 1이 되는 것이다.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는 진폭이 크지만 호숫가로 갈수록 진폭이 작아지는 것을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완전한 직선파는 거리가 멀어져도 세기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쓰나미는 옆으로도 퍼지기 때문에 일부 세기는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큰 변화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쓰나미의 파장은 엄청나게 길다고 한다. 이번 지진의 자료는 찾아보지 못했지만 보통 가라앉는 땅의 폭이 수 백km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 파장의 길이가 그만큼이나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보통 보는 파도의 파장이 10m 안쪽인 것을 비교하면 엄청나게 크다.

즉 1000km를 진행해도 쓰나미의 경우는 열 파장도 되지 못한다. 그러니 아무리 넓은 대양일지라도 쓰나미에게는 긴 거리가 아닐 수도 있다.

쓰나미가 대양을 가로질러 가는 것을 연못으로 비유하면 돌을 던져 그곳으로부터 10여m 정도 진행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쓰나미는 해저 지형이 지진이나 화산 활동에 의해 수직 단층 이동을 할 때 생긴다.

바닷물이 통째로 수직 운동을 하면서 수평 방향으로 제트기와 같은 속도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해안가에 도달하면서 속도가 줄어들고 파고는 높아진다. 대양을 가로질러도 전체적인 에너지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일반적인 사실들에 대한 설명을 정리해 보았다.

그렇지만 쓰나미의 빠른 속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아직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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