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산타클로스의 물리학

샌. 2004. 12. 24. 14:15

산타클로스의 하룻밤 여행을 물리적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전 세계에서 산타클로스의 고객이 되는 어린이는 기독교 외의 다른 종교를 믿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는 어린이를 제외하면 대략 4억 명 정도이다.

한 가정에 2.5명의 어린이가 있다고 볼 때 아마도 산타클로스는 지구에 있는 약 1억 6천만 가정을 방문해야 될 것이다.


산타클로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하룻밤뿐이라고 할 때, 지구 자전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선물을 나누어줄 경우 약 31시간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31시간 동안에 1억 6천만 가구를 방문하려면 1초에 1434가구를 방문해야 한다. 다시 말해 0.0007초 만에 지붕에다 썰매를 주차시키고, 굴뚝을 통해 집으로 들어가 선물을 놓고, 다시 나와 다른 집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과 집 사이를 이동하는 데도 천문학적인 속도가 필요하다.

반지름 6400km의 지구 표면적은 5억 1천만㎢가 된다. 집들이 균일하게 분포해 있다고 가정하면 집과 집 사이의 평균 거리는 약 1km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1km 떨어진 1억 6천만 가정을 31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방문하려면 초속 1434km로 달려야 한다. 이것은 음속의 4218배이다. 사슴이 달리는 속도가 보통 시속 20km 정도라고 하니, 산타클로스는 보통 사슴이 달리는 속도보다 26만 배나 빠른 속도로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하늘을 질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산타클로스의 썰매가 마하 4218의 속도로 달린다면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은 결코 평화롭지 못할 것이다. 썰매가 음속보다 빠르게 질주하면, 썰매가 만들어내는 공기의 압력파를 썰매 스스로가 앞질러가면서 ‘충격파(sonic boom)'라는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기 때문에 우리는 밤새 천둥소리에 시달려야만 한다.


산타클로스가 한 가정에 0.0007초 이상 머물 수 없다는 설정은 산타의 존재 자체를 충분히 위협할 만한 물리적인 상황이다.

그가 순식간에 초속 1434km의 속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크기의 가속도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0.0001초 만에 초속 1434km에 도달한다고 가정하면, 산타클로스는 지구의 중력보다 14억 배나 큰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아마 출발하자마자 썰매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까?


산타클로스가 운반해야 할 어린이의 선물도 만만치 않다. 집집마다 레고 선물세트를 준다고 가정하면 무게는 약 1kg 정도, 모두 합치면 무려 1억 6천만kg이 된다. 보통 사슴이 끌 수 있는 무게가 약 150kg 정도이므로, 1억 6천만kg의 썰매를 끌려면 106만 마리의 사슴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아이들이 바라는 선물을 나누어주려고 애쓰니, 산타클로스의 너그러움은 예수만큼 넓고 부처만큼 깊지 않을까?


어떤 아이가 크리스마스 날 산타클로스로부터 선물을 받는다면, 그 선물이 1억 6천만kg이나 되는 선물 꾸러미를 썰매 뒤에 싣고, 106만 마리의 사슴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0.0007초 만에 굴뚝으로 들어가 선물을 나누어주고, 그리고 중력의 14억 배나 되는 관성력을 이겨내며, 31시간 동안 1억 6천만 가정을 쉬지 않고 방문해야 하는 산타클로스의 초인적인 노력을 통해 받은 것이라는 걸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안다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선물이 얼마나 값지고 고귀한 것인가를 절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 내용 인용 - ‘과학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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