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부모는 파업중

샌. 2004. 12. 10. 10:57

아침 신문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의 중년 부부가 말 안 듣는 자녀들 때문에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녀들의 나쁜 행실을 고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 보다가 되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집안 일 보이콧 파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얼마나 말썽을 부렸으면 이럴까 공감이 되기도 하고, 그러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마음이 씁쓰레하다.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모가 자신의 10대 자녀들의 게으름을 뜯어고치겠다고 집에서 나와 파업을 벌이는 사상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시드니 모닝 헤랄드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터프라이즈에 살고 있는 전업주부 캐트 버나드(45)와 공무원인 할란 버나드(56) 부부는 자신들의 두 자녀 벤자민(17)과 키트(12)가 집안일에 너무나 비협조적으로 나오자 이들이 집안의 잡일들을 돕는 등 변화를 보일 때까지 집 차고앞에서 지난 6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차고 앞에 텐트를 쳐놓고 잠을 자고 있으며 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하고 샤워나 용변을 위해서만 집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자녀들을 위해 식사는 물론 운전이나 목욕 같은 것도 해주지 않고 있다.

파업 장소 옆에다 친필로 쓴‘부모는 파업중’ ‘협력과 존경심을 구한다’는 구호를 써놓은 이들 부부는 그동안 자녀들의 게으름을 고치기 위해 웃음짓기, 용돈주기와 심리학자와의 상담 등 갖가지 방법을 다써보았지만 집안의 잡일에 대한 이들의 비협조적인 행태를 바로잡지 못했다.

더욱이 수술을 받아 휴식이 절실히 필요한 캐트가 잔디를 깎으면서 아들 벤자민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이를 거절하자 이들 부부는 자녀들에게 책임감과 공감대 형성에 관해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의 파업은 호주 전역에 걸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격려전화도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또한 이들의 파업장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들 부부를 향해 격려와 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일부는 ‘애들을 밖으로 내보내라’고 고함을 치고 있다.

센츄럴 플로리다 대학의 임상심리학과 교수인 마크 라포트는 “자녀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부모들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업중에 하나”라고 지적하고 “어린이 학대나 자녀들의 심리적 피해가 없고 자녀들이 굶어죽지 않는한 버나드 부부의 파업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법을 위반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일단 파업을 오는 크리스마스까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 'FOCUS'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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