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 한강 둔치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된 자연 생태 보전 지역이 있다.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고 출입 금지된지가 1년이 되는데 지금은 억새, 갈대를 비롯해서 온갖 식물들이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땅이 되었다.
여기에 가 보면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면 땅은 금방 생명으로 가득차서 생태계가 회복되는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가장자리를 따라 전에는 보지 못했던 흰 꽃이 군락을 지어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꽃 모양은 개망초와 비슷한데 크기는 훨씬 작았으며, 올망졸망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양이 가을 분위기를 더해 주고 있었다.
이름을 확인해 보니 이 꽃은 '미국쑥부쟁이'였다.
70년대에 꽃다발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들여왔는데 지금은 온 나라 산야에 두루 퍼져있다고 한다.
꽃이름에 '미국'이나 '서양'자가 붙은 것은 번식력이 왕성해서 우리 토종을 밀어내는 밉살스러운 존재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넓게 생각해 보면 바다에서 건너온 종들 중에서는 이 땅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들도 많을 것이다.
유난히 번식력이 강한 것들이 남아서 우리 눈에 띄니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리라.
꽃에 나라나 국경선이 있을 리가 없다.
'미국쑥부쟁이'라는 이름을 확인하고씁쓸했는데 꼭 그렇게 느낄 일만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