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구절초

샌. 2004. 9. 17. 13:26

가을 분위기를 더해주는 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골의 작은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익어가고 있는 해바라기가 있고, 길을 따라가며 청초하게 피어나서 가을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코스모스도 있다.

산에서는 노란 마타리가 파란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고, 들판 어디에서나 자라서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쑥부쟁이도 있다.

도시의 베란다에 내놓은 노란 국화 또한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 준다.

이런 가을꽃들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구절초이다.

구절초의 하얀 꽃잎만큼 신비감을 주는 색깔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사진은 공원에서 군락으로 키워놓은 구절초를 찍은 것이지만 실제 야생 상태에서는 이렇게 조밀하게 피지는 않는다.

가을 산야에 외로이 피어있는 구절초의 모습은 고독하지만 순결함을 잃지 않은 고고한 품위가 느껴진다.

그래서 구절초는 고독한 철학자의 꽃이라고부르고 싶다.

쑥부쟁이가 세상사에 시달리고 닳은 서민의 꽃이라면, 구절초는세상의 진흙탕 싸움을 떠나서 홀로 자신의 세계를 열어가는 은둔자의 꽃이다.

그러나 꽃에 무슨 우열이 있겠는가?

쑥부쟁이는 쑥부쟁이대로, 구절초는 구절초대로 그만이 간직한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이 가을이 빛나고 있다.

'꽃들의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쑥부쟁이  (4) 2004.10.09
고마리  (0) 2004.09.21
물봉선  (1) 2004.09.10
범부채  (3) 2004.09.02
꽃며느리밥풀  (1) 200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