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단풍 여행 - 동강 어라연

샌. 2012. 10. 26. 16:37

다음 날은 동강을 찾아갔다. 첫째가 마련해준 숙소가 마침 동강 어라연 가까이에 있었다. 원래 계획은 아내의 상태를 고려해 강변을 따라 걷기 편한 길로 어라연까지 갔다오는 것이었다.

거운리 어라연탐방안내센터에 주차를 하고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10여 분 올라가니 잣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누어지는 지점이 나왔다. 다시 걷기 열병이 발동했고 잣봉으로 올라 라운딩하는데 아내도 동의했다. 등산은 생각지도 않았으므로 운동화 차림의 아내는 나무 작대기를 찾아 짚었다.

잣봉(537m)으로 가는 길. 힘들게 올라서니 편안한 능선길이 나오고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능선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동강과 어라연. 청옥빛 물 색깔이 보석 같이 아름다웠다.

잣봉에서부터 동강으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가 길게 계속되었다. 무릎이 아픈 아내는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왔다. 애초에 무리였던 길이었다. 다행히 평지에서는 정상 걸음을 회복했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어라연 풍경. 어라연(魚羅淵)은 동강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데 이런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거운리에 사는 정씨가 어라연의 바위 위에 걸터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낚싯줄이 당겨지더니 물기둥이 솟구치면서 커다란 뱀이 나타나 정씨의 몸을 칭칭 감았다. 꼼짝할 수 없었던 정씨는 숨이 막혀 곧 죽을 판이었다. 그때 물속에서 황쏘가리 한 마리가 뛰어 올라 톱날 같은 등지느러미로 뱀을 쳤고, 뱀은 피를 흘리며 정씨를 감았던 몸을 풀고는 물속으로 도망쳤다. 황쏘가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정씨는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가 가족에게 이날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그후 은혜를 입은 거운리와 삼옥리에 거주하는 정씨들은 황쏘가리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강변길에서 만난 가을 동강 풍경.

숙소인 동강시스타 내부 모습. 넓은 거실에 방이 따로 있고, 방해하는 이웃도 없어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다.

오늘 붉은색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걸은 거리는 약 8km, 다섯 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렇게 라운딩을 하니 산길과 강길이 어우러진 이상적인 트레킹이 되었다. 특히 이곳에서 동강의 풍광은 어디나 절경이었다. 우리 산하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사실에 새삼 고맙고 감사했다.

오랜 시간 뜨거운 물에 찜질한 덕분인지 아내의 무릎은 더 나빠지지 않았다. 동강의 기를 받은 탓이라고 좋게 해석하기로 했다.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옆에서 지켜보니 더욱 실감이 되었다. 더구나 함께 다정히 걸어가는 동반자가 있다는 건 더없는 축복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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