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감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훤칠하게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도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 물맛 / 장석남
노자가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을 때 물맛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으리라. 노자 선생은 '무미지미(無味之味)'를 최고의 맛으로 쳤다. 물맛이 바로 그 '맛 없음의 맛'이다. 맛도 없고 향기도 없는, 담박하고 탈색된, 인생의 내리닫이에서 이제는 훤칠한 물맛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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