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타이어의 못을 뽑고 / 복효근

샌. 2012. 12. 10. 09:40

사랑했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 그것은 너나 나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로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 타이어의 못을 뽑고 / 복효근

 

 

마음이 보이는 거울이 있다면 어떨까? 상처투성이의 마음을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마음이 보이지 않는 건 정말 다행이다. 내 속을 직시하는 건 너무 두렵다.

 

한때 '웰빙'이 유행이더니 지금은 '힐링'이 대세다. 진정한 힐링이란 뭘까? 상처와 아픔을 안고 가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 마음에도 마데카솔 같은 약이 있을 수 있을까? 상처가 흔적도 없이 아물 수 있을까?

 

마음의 명약은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맛 / 장석남  (0) 2012.12.22
무당벌레 / 김용택  (0) 2012.12.16
나무 / 곽재구  (0) 2012.12.04
연인의 자격 / 유안진  (0) 2012.11.28
틈이 난 벽에 핀 꽃 / 알프레드 테니슨  (0) 2012.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