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 그것은 너나 나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로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 타이어의 못을 뽑고 / 복효근
마음이 보이는 거울이 있다면 어떨까? 상처투성이의 마음을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마음이 보이지 않는 건 정말 다행이다. 내 속을 직시하는 건 너무 두렵다.
한때 '웰빙'이 유행이더니 지금은 '힐링'이 대세다. 진정한 힐링이란 뭘까? 상처와 아픔을 안고 가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 마음에도 마데카솔 같은 약이 있을 수 있을까? 상처가 흔적도 없이 아물 수 있을까?
마음의 명약은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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