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조대(釣臺) / 대복고(戴復古)

샌. 2012. 12. 29. 11:17

萬事無心一釣竿

三公不換此江山

平生誤識劉文淑

惹起虛名滿世間

 

- 釣臺 / 戴復古

 

일만 일에 생각 없고 다만 하나 낚싯대라

삼공 벼슬 준다 한들 이 강산을 놓을소냐

평생에 잘못 봤던 유문숙이 너 때문에

쓸데없는 이름 날려 온 세상에 퍼쳤구나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BC 4 ~ AD 57)가 어지러워가던 한나라를 다시 일으켰다. 천하가 제 손아귀에 들어오고 모든 사람이 복종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한 사람이 있었다. 동문수학한 엄자릉(嚴子陵)이었다. 자신은 선비의 길을 버리고 권세의 길을 탐해 천자가 되기는 했지만 엄자릉이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신하를 부춘산(富春山)에 보내 냇가에서 낚시질하는 엄자릉을 데려오게 하였다.

 

대신들이 늘어선 사이를 엄자릉이 성큼성큼 걸어 광무제 자리로 쑥 올라갔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아, 문숙(文叔)이, 이게 얼마 만인가?"였다. 신하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광무제 체면도 말이 아니게 생겼다. 광무제는 신하들을 내보내고 둘이서 밤새 이야기를 하다가 잤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자릉 다리가 광무제 배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었다. 그런 엄자릉의 기상을 훗날 대복고(戴復古)가 시로 표현했다.

 

권력이 바뀌고 자리싸움 하느라 앞으로 몇 달간은 시끄러울 것 같다. TV나 신문에 나와서 뻐기는 소인배들의 꼬락서니를 어쩔 수 없이 봐야 하게 생겼다. 세속적 성공이나 권력을 초개처럼 여기고 강호에 묻혀 산 옛 선비들을 생각한다. 조정에 나와 같이 일하자는 요 임금의 부탁에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며 영천수 흐르는 물에 귀를 씻은 허유(許由), 그 물을 마시면 내 송아지가 더러워진다며 끌고 위로 올라간 소부(巢父)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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