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남한산성을 종주하다

샌. 2013. 3. 15. 18:52

 

페스탈로찌 K 형이 이번에 명퇴를 했다. 그리고는 곧 강릉으로 이사를 간다. 2년 전에 내가 명퇴를 하고 탈서울을 한 것과 비슷한 행보다. 얘기를 들어보니 K 형은 시골에 터를 구해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할 계획인 것 같다. 늦게 나왔지만 나보다 훨씬 걸음이 빠르다.

 

오랜만에 만난 S 형이랑 셋이서 남한산성에 올랐다. 지하철 마천역에서 만나 계곡을 타고 서문으로 향했다. 계곡을 택한 건 혹시나 복수초 같은 봄꽃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옛날 직장 생활 하던 때의 추억을 나누며 오르니 급경사 산길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서문 전망대에서 보이는 서울 강동구 지역.

 

 

산 아래로 위례 신도시가 들어설 지역이 보였다. 군부대와 골프장이 있던 자리였는데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몇 년 뒤에는 저기도 아파트 숲으로 덮일 것이다.

 

새벽에 꿈을 꾸었다. 아주 선명했다. 어느 집에 갔는데 물을 마시려고 우물을 들여다보니 안에 엄청나게 큰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는데 잡아먹을 듯한 그 사나운 눈빛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또, 바닷가에 집이 두 채 있었다. 한 채를 산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못 쓸 집이었다. 파도에 집이 쓸려나가고 있었다. 잠에서 깨었어도 기분이 서늘했다. 그러다가 아침에는 밥을 먹다가 그릇마저 깼다. 오늘 산행은 조심해야지, 하며 집을 나섰다.

 

 

 

서문에서 수어장대로 가는 길. 아침에는 쌀쌀했으나 낮이 되니 완연한 봄햇살이었다.

 

셋이서 수어장대 돌 난간에 앉아 사과를 맛있게 깎아 먹고 있는데 난데없이 스피커가 왕왕 울리는 것이었다. "아아, 수어장대에서는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다른 데로 옮기시기 바랍니다." 우리 보고 하는 소리였다. 아니, 어떻게 안 거야?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뒤에서 CCTV가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감시를 안 당하는 데가 없구나. 아이구, 무서워라!

 

산성리에 있는 산성손두부집에서 두부전골로 점심을 하고는 제 3암문에서 두 분과 헤어졌다. 나는 광주로 가는 남쪽 방향으로 향해 벌봉을 거쳐 은고개로 내려갔다. 마천에서 은고개까지 남한산성을 북에서 남으로 길게 종주한 셈이다.

 

* 산행 시간; 6시간 30분(10:00~16:30)

* 산행 거리; 약 10km

* 산행 경로; 마천역 - 계곡길 - 서문 - 수어장대 - 산성리(산성손두부집에서 점심) - 제 3암문 - 벌봉 - 은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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