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에는 화분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그냥 방치해 놓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봄기운은 베란다에도 찾아왔다. 가까이 가면 색깔과 향기가 완연히 다르다. 그중에서도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제라늄이 기특하다.
지난 연말에 제주도행을 계획했을 때는 이 화분을 전부 어찌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는 얘들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게 되었다. 가까이 다가가 귀 기울이면, 차라리 잘 되었어요, 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나도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