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로 나오는 작가수업 과정의 1권이다. 작가가 되려는 것과는 관계없고 제목이 멋있어서 읽었는데 지은이의 글맛에 반했다. 글을 어쩌면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난다. 강의록에 기초한 구어체여서 더욱 그랬다. 쉽게 쓰기의 전범을 보여준 것 같다. 더구나 딱딱한 문학론인데 말이다.
지은이 김형수 씨는 3부작으로 책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1부는 문학관, 2부는 창작관, 3부는 작가관인데 이 책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창작에 필요한 예비지식들과 그 가치관을 다루는 문학관에 속한다. 2부의 제목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로 정해졌다는데 벌써 기대가 된다. 이 책은 작가수업에 한정된 게 아니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진정한 예술가는 예술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문학을 비롯한 예술이란 '세상을 다르게 보기'의 도구라는 말에 동의한다. 문학적인 삶이란 곧 창조적인 삶이다. 문학이 개인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글쓰기가 주는 놀라운 측면은 글 쓰는 행위 안에 세계를 인식하는 기능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말로 설명할 때 그것의 맥락을 발견하게 되고, 글로 표현할 때 더 명료하게 이해하게 된다. 낡은 사회의 구체적인 산물인 나 자신이 새로운 나로 태어나려면 글쓰기를 해야 하고, 이 글쓰기가 세계에 대한 인식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그만큼 중요하다.
글쓰기가 위대한 작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지금 쓰는 독후감이나 블로그에 올리는 다른 잡문도 글쓰기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이든 카메라든 이걸 통해 내가 세계를 재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글자로 베껴내는 게 아니라 자기를 다른 새로운 자기로 태어나게 하는 과정이다. 글쓰기의 의의는 바로 이런 것이다. 글의 사회적 작용까지 멀리 갈 필요 없다. 자기 수양과 발전의 동력이 글쓰기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말을 잘한다고 시샘들을 하니까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말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 지난 수십 년 동안을 함부로 살지 않고 참아왔습니다." 말과 마찬가지로 글 역시 삶과 분리될 수 없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삶을 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는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성찰하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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