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겨울 뒷산

샌. 2015. 1. 6. 18:54

 

눈 내리고 날씨가 싸늘해진 뒤부터는 뒷산을 가지 않았다. 다른 산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헬스장에 나가는 데 재미를 붙였다. 헬스장은 근육을 단련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걷는 건 영 아니었다. 기계 위에서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면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뭣 하는 짓이지, 라고 자꾸 자문하게 되는 것이었다.

 

어제는 영상으로 기온이 올라 오랜만에 뒷산에 갔다. 근 두 달만이었다. 음지에는 눈이 얼어 있었지만 걷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상큼한 공기가 시원했다. 몸살의 여파인지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산에 든 기분이 좋았다. 천변만화하는 게 세상사지만 산은 늘 여전한 모습이란 게 듬직했다. 통틀어 산만큼 믿음직한 친구도 없다. 자주 찾을 곳은 헬스장이 아니라 산이란 걸 새삼 확인한다.

 

해가 달라지고 제일 크게 느끼는 게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심신이 쇠해가는 걸 날마다 체감한다. 몸이야 말할 나위가 없고 둔해진 머리가 하는 행동에도 하루에 몇 번이나 놀란다. 정신의 총기가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술술 샌다. 전에는 노인들을 보고 웃었지만 이젠 내가 그런 동정을 받을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흘러간 청춘을 연모하는 건 아니다. 못나도 지금의 내가 좋다. 나이 듦을 느긋이 지켜보는 관찰자가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내 세계를 지키는 것도 소중하지만 너무 고치 속에 숨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 작년의 반은둔에서 벗어나 올해는 좀 더 활발히 사람들과도 만나고 싶다. 살아가는 힘은 역시 타인들과의 선한 관계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삶의 재미를 회복해 나가는 2015년이 되기를 바라며 겨울 뒷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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