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경떠회원 다섯 명이 서해안으로 하루 나들이를 나갔다. 천리포수목원을 시작으로 태안과 서산 지역을 돌아보았다. 이렇게 여럿이 어울려 밖으로 나간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올해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겠다.
원래는 서울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전전날 한 친구가 천리포수목원에 핀 복수초 소식을 전해주는 통에 장소가 갑자기 변했다. 중부 지방에서 1월에 복수초를 본다는 게 무척 신기했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시기나 식물의 생태 변화를 보면 지구 온난화가 실감이 난다. 이상 기후 위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닷바람이 찼지만 마음은 따스해지는 겨울 천리포수목원이었다. 천리포수목원은 언제 가더라도 설립자의 정신이 느껴지는 곳이다. 목표한 대로 복수초와 납매를 보았고, 덤으로 풍년화까지 올해의 첫 꽃에 기뻤다.
겨울 바닷가에 섰다.
영주 부석사(浮石寺)와 같은 이름의 절이 서산에도 있다. 한자도 같고 의상대사에 얽힌 전설도 같은 쌍둥이 절이다. 이곳에서는 서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시원했다. 석양이 무척 아름다울 것 같은 절집이었다.
마침 해 지는 시간이라 간월암을 지나다가 석양을 담아 보았다. 피사체에 집중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는 무심의 경지에 든다. 잡념 제로의 상태가 된다. 사진을 좋아한다는 건 그 희열의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사진을 잘 찍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차후의 문제다. 진짜 강태공은 고기 바구니의 무게로 기뻐하지는 않는다.
이번 나들이에는 '시골밥상'(태안군 소원면 송현리 584-1, 041-675-3336)이라는 예쁜 음식점을 발견한 것도 수확이었다. 1인분 6천 원에 정갈한 나물 반찬과 자연산 굴 맛이 좋았다. 젊은 주인장의 음식에 대한 성의와 마음씀도 고마웠던 웰빙 음식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