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간결하지만 울림이 큰 영화다. 상영시간이 70분 정도고, 등장인물도 고작 세 사람(야곱 신부, 레일라, 우체부)이다. 그러나 영화는 인간의 외로움, 연약함, 용서, 소통,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레일라는 어릴 때 엄마의 폭력에 시달렸다. 어린 그녀를 구해 준 것은 언니였다. 언니는 작은 몸으로 엄마를 막으며 동생을 보호했다. 그런데 결혼한 언니는 남편에 의한 가정 폭력의 희생자였다.어느 날언니의 집을 찾아갔을 때 형부가 언니를 폭행하는 장면을 보고 분을 이기지 못한 레일라는 형부를 죽였다. 그녀는 죄책감에 언니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킨다.
종신 복역 중 사면을 받고 출소한 레일라는 눈이 보이지 않는 야곱 신부에게 보내져 신부에게 오는 편지를 읽어주고 답장을 대필해 주는 일을 맡게 된다. 신부는 사람들의 어려움에 기도해 주고 위로의 답신을 보내는 것을 신이 준 사명이라 믿지만, 레일라는 신부의 일을 의미 없는 일이라 여긴다. 귀찮아서 편지를 버리기도 하고 성의 없게 대한다. 둘은 물과 기름처럼 어긋난다.
어느 날부터 편지가 오지 않자 신부는 실의에 빠진다. 이때부터 닫혔던 레일라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신부를 위로하기 위해 종이를 찢으며 편지 읽는 흉내를 내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그리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끝내 언니가 신부에게 보낸 많은 편지를 보게 된다.
고통스런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에서 위안을 얻는가? 인간은 나약하다. 야곱 신부도 예외가 아니다. 그것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서로간에 연민의 끈이 아니라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이 영화는 말해준다.
레일라 내면의 상처는 신부와 함께 지내고 사람들 편지 사연을 읽으면서 차차 치유되어 갔다. 한 인간의 트라우마는 옆에 있는사람과 상황에 의해자비와 사랑으로 변화될 수 있다. 조개가 제 몸에 들어온 이물질을 진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영화를 통해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감동이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소통을 갈구하던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우정을 형성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신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필요도 하지 않았던 바로 옆의 사람이 친구가 되는 것을 다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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