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몬스기를 알게 된 건 7년 전쯤 야마오 산세이 선생의 책을 통해서였다. 일본의 남쪽 섬 야쿠시마에 수령 7,200년의 삼나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가늠하기 어려운 세월을 산 나무가 보고 싶어진 건 당연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트레커에서 야쿠시마 트레킹이 있어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조몬스기 순례 여정이었다.
해발 1,300m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왕복 21km, 10시간이 걸린 힘든 길이었다. 한 달에 35일이나 비가 온다는 야쿠시마에서 이날은 쨍쨍하게 맑았다. 날씨 덕을 톡톡히 보았다. 조몬스기 할아버지는 사진으로 보던 그대로 말없이 기다리고 계셨다. 바로 전까지는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막상 대면했을 때는 담담했다. 맑고 투명한 느낌이랄까, 올라오면서 만난 다른 삼나무 고목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걸 말로 형용하기는 어려웠다.
조몬스기의 수령은 7,200년에서 2,100년까지 다양하게 말해지고 있다. 내부를 조사할 수 없으니 추측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 자리에서 수천 년을 살아내고 있는 조몬스기 앞에서 고작 백 년을 살다가는 인간은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할아버지는 아마 우리의 행동을 네 살 재롱둥이처럼 귀엽게 봐주었을 것이다.
조몬스기를 바라보는 시야는 한정되어 있다. 작은 전망대 하나가 있을 뿐이다. 전모가 들어오지는 않는다. 우리는 20분 정도 머물렀다가 급히 하산길에 들었다. 버킷 리스트 하나가 이루어졌다.
야쿠시마 산 속에 한 성스러운 노인이 서 있다
그 나이 어림잡아 7천 2백 년이라네
딱딱한 껍질에 손을 대면
멀고 깊은 신성한 기운이 스며든다
성스러운 노인
당신은 이 지상에 삶을 부여받은 이래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단 한 발짝도 내딛지 않고 그곳에 서 있다
그것은 고행신 시바의 천년지복의 명상과 닮았지만
고행과도 지복과도 무관한 존재로 서 있다
그저 거기 있을 뿐이다
당신의 몸에는 몇 십 그루의 다른 수목들이 자라고 당신을
대지로 알고 있지만
당신은 그것을 자연의 섭리로 바라볼 뿐이다
당신의 딱딱한 껍질에 귀를 대고 하다못해 생명수 흐르는
소리라도 듣고자 하나
당신은 그저 거기 있을 뿐
침묵한 채 일절 말을 하지 않는다...
- 성스러운 노인 / 야마오 산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