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안경 다섯 개

샌. 2024. 8. 5. 11:22

내가 사용하는 안경 종류는 다섯 개나 된다. 그동안은 보통 안경에 선글라스, 돋보기 둘(독서용과 컴퓨터용)로 네 종류였는데 지지난달부터 고글이 추가됐다. 한참 전부터 눈물이 흐르고 충혈되는 눈 질환이 자주 찾아왔다. 안과에서는 눈물관이 막힌 탓이라고 했다. 바람을 맞으면 증세가 심해지는데 의사는 고글 쓰기를 권했다. 그래서 다섯 번째 안경이 생겼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섯 개 중 하나를 사용한다.

 

요사이는 외출할 때 주로 고글을 쓴다. 답답하기는 하나 바람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다. 그래선지 최근에는 눈물이 과다하게 흐르는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효과가 확실하다면 약간의 불편은 감내할 만하다. 20대 중반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50대까지는 안경 하나로 넉넉했다. 그러다가 돋보기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제는 고글까지 더해졌다.

 

늙어가면 몸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지금 내 경우에는 눈과 이빨이 제일 신경을 쓰게 한다. 자주 생기는 눈 질환과 연관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책을 읽을 때나 휴대폰을 볼 때 전과 달리 눈이 빨리 피곤해진다. 전에는 두세 시간은 쉬지 않고 책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삼십 분에 한 번씩 쉬어야 한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볼 때는 더 심해서 금방 눈이 아파온다. 눈이 피로해서 활자를 보지 못하겠다는 친구들이 많다. 책을 못 보게 되는 일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어떤 방법을 쓰든 이런 증상은 최대한 늦추고 싶다.

 

수시로 들락거리는 병원은 치과다. 올해도 브릿지를 하는데 넉 달 동안 주기적으로 다녀야 했다. 없는 살림에 비용도 4백만 원이나 들었다. 앞으로 임플란트를 해야 할 치아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브릿지 치료가 끝나면서 의사는 연이어 어금니 임플란트를 하자는 걸 좀 더 두고 보자며 뒤로 미루었다. 일 년 내내 치과에만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래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다.

 

반면에 전혀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부위도 있다. 귀다. 청력은 너무 예민해서 탈이다. 솔직히 청력은 좀 둔해졌으면 좋겠다. 희미한 소리조차 다 들리면서 신경을 쓰게 하니 피곤하기 그지 없다. 내가 신이었다면 인간을 만들 때 귀 안에 청력 조절 필터를 장착했을 것이다. 보청기를 쓰는 지인이 있는데 그럼에도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좀 어수룩해 보이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배 부른 타령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년이 되면 몸과 정신이 쇠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자연 현상이다. 다만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갈 것인가가 문제일 뿐이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아간다'는 옛말이 있다. 삶은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내게 되어 있다. 무슨 일이 닥칠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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