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파동 수업을 들을 때로 기억한다. 교수님이 이렇게 물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졌다면 소리가 났을까? 안 났을까?"
우리는 왈가왈부하면서 의견이 둘로 갈라졌다. 곧 이 질문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관점을 묻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8부작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봤다. 제목만으로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위의 질문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다. 동시에 옛 기억이 떠올랐다. 50여 년 전에 강의실에서 받은 질문을 똑 같이 드라마에서 만날 줄이야.
드라마는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우연히 마주한 사건으로 인해 모텔 주인의 삶은 풍비박산이 나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대처 방식을 다루는 드라마다. 누군가 아무렇게나 던진 돌멩이에 맞은 개구리들의 고통과 몸부림이었다. 드라마는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산만해서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좀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은 회차마다 등장하는 이 질문 때문이었다. 드라마의 내레이션은 이렇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결론은 명확하다. 지각하는 사람이 없다면 소리가 있을 수 없다. 소리란 공기 진동을 청각 기관이 수용하여 뇌가 해석한 결과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진다면 소리가 존재할 수 없다. 더 확장하면 '지각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관찰자 없는 대상은 무의미하다. 이것은 양자론과도 관련이 있다. 자연은 존재할 가능성/확률로만 존재한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숲속에 있는 사람이 소리를 듣고 어떤 반응을 하느냐는 당사자에 달렸다. 드라마에서 상준은 파멸했고, 영하는 그런대로 일상을 회복했다. 나무가 쓰러진 탓을 하지 말라.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 악한 놈과 부딪힐지 알 수 없다. 드라마 제목과 내용의 연관성을 이런 식으로 해석해도 될지 모르겠다. 어디선가 본 이런 문장도 생각난다.
"인간은 각자 제 발등을 찍으며 산다."
아무튼 이 드라마를 통해 옛날 젊었을 때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교수님의 질문에 재미있어하며 온갖 예를 제시하면서 논쟁했던 풋풋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50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다. 인간의 일생도 한 편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체가 없는 빛과 그림자의 환영과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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