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 가시내를 하나 뒤에 싣고 말이지
야마하 150
부다당 들이밟으며 쌍,
탑동 바닷가나 한 바탕 내달렸으면 싶은 거지
용두암 포구쯤 잠깐 내려 저 퍼런 바다
밑도 끝도 없이 철렁거리는 저 백치 같은 바다한테
침이나 한번 카악 긁어 뱉어주고 말이지
다시 가시내를 싣고
새로 난 해안도로 쪽으로
부다당 부다다다당
내리 꽂고 싶은 거지
깡소주 나팔 불듯
총알 같은 볕을 뚫고 말이지 쌍,
- 8월 / 김사인
김사인 시인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른 시여서 깜짝 놀랐다. 늘 조곤조곤 속삭이듯 말하고 얌전해 보이는 시인의 내면에 이런 불 같은 열정과 일탈이 숨어 있다니, 의외였지만 솔직히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나도 가끔씩 뭔가가 불끈 치솟아 오를 때가 있다. 주체할 수 없는 궤도 이탈의 욕구 같은 것이다. '야마하 150'은 이제 글렀고 내 애마를 몰고 고속도로에 들어서서는 풀액셀로 왜앵, 밟아버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옆에 탄 가시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들갑을 떨겠지.
8월이 막바지에 들었지만 땡볕 더위는 식을 줄을 모른다. 뫼르소는 알제리의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어둠을 밝히듯 태양은 인간의 숨겨진 야성 본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뚫고 부다다당 내리 꽂고 싶은 시인의 욕구는 너무나 정당한 것인지 모른다. 인간을 가두는 제도와 관습의 울타리를 부수고 싶은 저항의 질주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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