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날 연휴는 임시공휴일까지 겹쳐 6일이나 되었다. 회사에 따라서는 9일간 쉬는 곳도 있었다. 덕분에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몰린 인천공항만 북적였다고 한다. 폭설에 날씨가 험한데다 정국 상황과 맞물려 국내는 어수선했다.
설날이 지난 나흘 뒤에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좋아하시는 피자와 도너츠를 사가지고 갔는데 맛있게 먹다 보니 저녁 대용이 되었다. 전에 쓰던 카세트가 고장 나서 새로 작은 라디오를 사다 드렸다.
초저녁 하늘에는 초생달과 금성이 나란히 떠 있었다. 밤에 눈이 살짝 지나갔다.
다음날, 찬바람이 거세 산소에는 혼자 다녀왔다. 산소가 있는 자리는 바람이 막히고 아늑해 마른 잔디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땅 속에 계신 이분들과 함께 지낸 어린 시절이 아련했다. 추모란 타인을 향하는 것 같지만 돌아보면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던가. 종소리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바로 나를 위한 것임을.
한 덩이 구름이 떠오르더니 형태가 찢겨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남쪽으로 바삐 달아났다. 그러다가는 곧 사라지고, 드넓은 청공(靑空)이었다.
어머니는 1931년생이시니 우리 나이로 아흔다섯이 되셨다. 어머니는 옛날 사진이 담긴 앨범을 서랍에서 꺼내셨다. 이미 저 세상으로 건너간 어머니 친구들이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얽힌 추억을 되새기는 어머니 심정이 어떠할지, 먹먹했다.
산 너머 밭을 올해는 부치지 말라고 당부를 하지만 확답을 안 하신다. 마음은 벌써 봄 밭으로 가 계신 것 같다. 다행히도, 참으로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연세에 비해 건강하게 지내신다. 자식으로서는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다. 반면에 그만큼의 염려와 안타까움이 따른다. 너나 나나 우리 모두의, 생명붙이로서의 가련함을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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