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소년의 시간

샌. 2025. 3. 28. 10:50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4부작 영국 드라마다. 각 에피소드가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되었다 하여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되었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영화 '1917'을 흥미롭게 본 기억이 남아있어서다. 원테이크는 촬영 난이도가 높은 반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해 준다. 몰입해서 본 '소년의 시간(ADOLESCENE)'이었다.

 

제이미라는 13세 소년이 동급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드라마는 집에 있는 제이미를 긴급 체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cctv에 범행 장면이 찍혔기 때문에 경찰은 주저없이 체포한다. 그 뒤로 구금하고 심문하며 심리 상담을 하는 과정이 길게 이어진다. 경찰은 범행의 동기를 밝히기 위해 학교로 찾아가 조사를 벌인다.

 

드라마를 보면서 SNS에 의한 학교 내의 폭력과 왕따가 한 소년을 살인자로 몰고 갔음을 알게 된다. 드라마에 나오는 영국 중학교는 난장판이다. "여기가 뭔가를 배우는 데로 보여? 내 눈엔 동물 우리 같아."라는 형사의 말이 학교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년은 SNS를 통해 성과 남성성에 대한 왜곡한 인식을 하게 되고 살인으로까지 연결된다. 제이미가 심리상담사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이런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소년의 시간'은 무분별한 SNS 문화가 인간의 심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고발한다.

 

제이미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소년이다. 제이미는 스스로를 못 생기고 인기가 없다고 여긴다. 아버지가 자신을 남자답지 못하다고 실망하는 모습에도 기가 죽는다. 그런 좌절감이 자신을 무시하는 여성에 대한 분노로 전이되고, 엉뚱한 동급생이 희생양이 되고 만다. 이 드라마에서 '인셀(Involuntary Celivate,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연애와 성관계에서 소외된 남성을 가리키는데 여성혐오가 근저에 깔려 있다. 제이미는 인셀이라는 경멸을 당하자 분노를 참지 못한 것이다.

 

4부는 제이미 가족이 겪는 고통을 보여준다. 한 인격이 형성되는 데는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제이미 아버지는 충동적이며 분노 조절을 못하는 성향으로 나온다. 아내나 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마초적인 것도 같다. 드라마 끝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미안해 아들, 내가 더 잘할 걸."

 

'소년의 시간'은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한 얌전한 소년이 살인자로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원테이크라는 촬영 기법도 좋았다. 우리 시대의 청소년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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