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낮게 날고 있어.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모든 야망의 주술을 잠재우고 있지.
세상은 갈 길을 가고 있어,
정원의 벌들은 조금 붕붕대고,
물고기는 뛰어오르고, 각다귀는 잡아먹히지.
기타 등등.
하지만 나는 오늘 하루 쉬고 있어.
깃털처럼 조용히.
나는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사실은 굉장히 멀리
여행하고 있지.
고요. 사원으로 들어가는
문들 가운데 하나.
- 오늘 / 메리 올리버
시집 <천 개의 아침>에 실려 있는 메리 올리버의 시다.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으면 고요한 호숫가에 앉아 있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시집의 시를 하나씩 읽을 때마다 표지 뒷면에 실린 시인의 사진을 훔쳐보는 버릇이 있다. 시의 분위기와 시인의 얼굴이 잘 매치되어 시를 읽는 효과가 배가되는 느낌이다.
이 시에서도 모든 단어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생명의 활동으로 분주한 자연 속에서 관조의 삶을 살아가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오늘 하루 쉬고 있어 / 깃털처럼 조용히"는 무위 속에서의 삶의 충만을 노래한다. 그 다음 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노자의 말이 떠오른다.
不出戶 知天下
不窺牖 見天道
집을 나서지 않아도 천하를 알고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하늘의 도를 안다
멀리 나가면 나갈 수록 그만큼 덜 알게 된다는 역설이다. 된 사람은 가지 않아도 보고, 보지 않아도 알고, 하지 않아도 이룬다고 했다. 메리 올리버를 동양 정신에 비교하면 노장과 닮지 않았나 싶다. 야망의 주술이 잠든 고요함이야말로 시인이 그리던 내면의 평화였으리라.
Today I'm flying low and I'm
not saying a word.
I'm letting all the voodoos of ambition sleep.
The world goes on as it must,
the bees in the garden rumbling a little,
the fish leaping, the gnats getting eaten.
And so forth.
But I'm taking the day off.
Quiet as a feather.
I hardly move though really I'm traveling
a terrific distance.
Stillness. One of doors
into the temple.
- Today / Mary Ol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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