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동기인 두 친구를 용문사에서 만났다. 둘 다 10여 년 전부터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어 산책을 할 겸 함께 만나기에 용문사가 적당했다.
용문사관광단지에서 같이 점심을 하고 용문사로 향했다. 용문사은행나무길은 계곡을 따라 걷는 녹음 짙은 아름다운 길이었다. 전에는 아기자기한 산길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무슨 이유에선지 폐쇄되어 있었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맑고 청량했다.
A는 3년 만에, B는 15년 만에 만나는 참이었다. 50대 때는 자주 만났는데 그동안은 한참을 격조했다. 이렇듯 오랜만에 만나면 흐른 세월의 깊이에 잠시 멍해진다.
나이를 먹으니 다들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많아졌다. 할아버지들의 수다도 여자들 못지 않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가워서 그렇다고 치자. 하여튼 고성다언(高聲多言)은 노년의 특징이다. 내가 경계로 삼을 일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데시벨을 낮추고 말수를 줄일 것! 경청할 것!
은행나무 할배는 여전히 기운차고 의젓했다.
옛 학창 시절과 함께 많이 나눈 대화는 다녀온 해외여행 이야기였다. 둘의 체험담을 들으며 인생에서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진즉에 시들해져버렸지만.
토실토실한 고양이 세 마리가 있었다. 하나는 경계하듯 서 있고, 다른 하나는 누워 고개를 쳐들고, 나머지 하나는 가까이 다가가도 세상모르고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나른한 초여름 오후였다. 셋 모두 사랑스러웠고, 본성대로 단순하게 살아가는 저들이 부럽기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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