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캐나다 선거에서 야당인 자유당이 338석 중 184석을 차지해 보수당 정권을 무너뜨렸다. 보수당은 99석에 머물렀다. 부유층 증세, 난민 수용, 마리화나 합법화 등의 진보적 공약을 내건 40대의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를 이끌게 되었다. 트뤼도 총리는 새 내각을 구성하면서 30명의 각료 중 남녀의 수를 15:15로 맞추었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트뤼도는 쿨하게 대답했다. "2015년이잖아요."
변화를 바란 캐나다 국민의 멋진 선택과 함께 파격적인 신임 총리의 행보가 무척 신선하다. 트뤼도의 내각에는 무슬림과 시크교도, 장애인, 원주민, 버스기사 출신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트뤼도는 이같은 내각을 구성하며 "캐나다와 닮은 내각을 구성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재작년에 캐나다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가 한 말이 떠오른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민자들이 많은데 이민 정책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용광로라면 캐나다는 모자이크다. 미국은 미국 문화에 융화시키지만, 캐나다는 각 문화를 존중하고 지켜준다. 새 내각의 다양성이 그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가 샘날 정도로 부럽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같은 나라가 비슷한 범주에 든다. 동시에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누굴 탓하겠는가. 훌륭한 지도자를 키우지 못하는 건 우리 의식이 그만큼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국격은 GDP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직접 가보고 느낀 것이지만 캐나다는 클래스가 다른 나라다. 그러니까 트뤼도 같은 지도자가 나온다. 그의 "2015년이잖아요"라는 말은 2015년이면 2015년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도 70년대식 통치를 한다. 여성 대통령이지만 여성이나 약자 배려 정책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일등 국가와 비교하다 보니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러나 긴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서구와 단편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이만한 발전을 이룬 저력도 대단하다. 지금의 후퇴는 이보 전진을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고 싶다. 먼 나라 정치를 보면서 그나마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