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갓난아기
똥을 싸면 소리 내어 운다
"우리 아기
소화 잘 됐네
어쩜 똥도 이뻐라"
엄마가 기저귀 갈고
엉덩이 다독여주면
아기는 방싯방싯 웃는다
중풍 걸린 외할머니
똥을 싸면 눈을 감고 씻긴다
"잡수신 것도 없는데
똥은 왜 이리 많이 싸요
냄새는 왜 이리 구려요"
엄마가 기저귀 갈고
물수건으로 닦아 드리면
가만히 눈물만 흘린다
아주아주 오래 전에
외할머니가 엄마였고
엄마는 갓난아기였다
- 엄마와 갓난아기 / 김은영
손주가 생기고 보니 오직 내리사랑뿐이란 걸 알겠다. 한 대 더 내려갔다고 자식 키울 때와도 비교할 수 없다. 기꺼이든 마지못해든 손주를 봐주는 건 손주가 이쁘기도 하지만 내 새끼의 고생을 덜어주려는 마음도 크다. 전부 아래로만 쏠리는 사랑이다. 위와 견주면 미안하고 송구하다. 우리는 부모한테 진 빚을 자식을 통해 갚는다. 어쩌겠는가, 이것은 유전자의 지언명령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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