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다
생선장수 트럭이 지나간 복대놀이터 골목
유모차에 내리는 흰
사과 꽃이다
아기가 살짝
맨발로 디디면
사과 향, 차고 흰 웃음이 간질간질 발가락을 타고
얼굴로 올라와
팔랑팔랑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첫눈이다
먼 훗날, 죽음이 빈 배를 나의 집 마당으로 밀고 올 때
노을 속에서 들려올
물새소리
오늘밤 그 소리
뒤뜰에
차곡차곡 쌓인다
- 부음 / 함기석
첫눈을 죽음의 소식과 연관시킨 시인의 발상이 기발하다. 첫눈과 아기와 나비로 연상되던 이미지가 홀연히 죽음으로 치환된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고 의아해하다가 첫눈에 대한 환호나 부음에 놀라는 마음이 서로 멀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과연 '죽음이 빈 배를 나의 집 마당으로 밀고 올 때' 첫눈처럼 맞이할 수 있을까? 아득해진다.
가까운 분의 부음이 오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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