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남자의 탄생>을 읽은 뒤 짝 맞추기로 찾아 읽은 책이다. 여성학자인 나임윤경 선생이 썼다. 두 책 모두 '사회 구성주의'의 관점으로 한국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로 길러지는 과정을 추적했다. 지은이의 개인적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사회 구성주의란 인간이 그들의 신념과 이전 경험들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과 현상에 대한 의미를 구성 혹은 만들어간다는 이론적 시각이다. 이를 남자와 여자에 적용하면, 남자의 고환과 여자의 자궁 등 생물학적인 측면을 제외한 특징들은 모두 가부장적 한국 사회와 같은 일정 상황에 있는 남성과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내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남성은 남성성을, 여성은 여성성을 가지도록 키워진 것이지 선천적으로 고정된 특징은 아니라는 말이다.
타고난 능력이냐, 길러진 능력이냐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나도 사회 구성주의 관점을 지지하지만, 선천적인 자질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특히 손자와 손녀를 지켜보면서 남녀의 차이, 또는 특징은 선천적인 것일지 모른다는 의문이 생겼다. 누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유아 때부터 남자와 여자는 호기심의 대상부터 완연히 다르다.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에서 문화의 영향을 논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여자의 탄생>에는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길러지는 여자의 비애가 곳곳에 서려 있다. 언어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남성 중심 문화를 강요당한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할 것이 있다. 이러한 가부장적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여자들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성의 몸을 보는 남성의 시각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성 해방은 시대를 거스르는 여성 자신의 자각에서 나와야 한다.
책에는 결혼식 풍경에서 드러나는 남존여비 의식도 지적한다. 예물, 예단, 혼수의 관계부터 신부는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날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함께 하객을 맞이하는 게 맞다. 신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해 신랑에게 인계되는 것, 신부가 던지는 부케, 거추장스러운 면사포 등 전에는 지나쳐 보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남녀평등을 실천하는 새로운 형태의 결혼식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여자의 탄생>은 한국 사회에서 성장한 주변의 여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남자로서 반성할 점도 많다. 나는 페미니스트까지는 아니어도 여성을 평등하게 대한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에는 하대하는 마음이 남아 있음을 보고 부끄러웠다. 고쳐야 할 부분이 여러 가지다.
읽는 동안 진정한 양성평등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어린 딸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 당당한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는 도와줄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