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633의 법칙

샌. 2011. 4. 29. 10:33

은퇴 이후의 삶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다. 나에게 ‘은퇴생활백서’라는 책을 선물해준 친구다. 자신의 말로는 이미 10년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친구가 자신의 은퇴 이후의 계획을 말하며 ‘633의 법칙’을 말해 주었다. 퇴직 이후의 즐거운 생활을 위해 만든 기준이라고 한다. ‘633의 법칙’이란 일 년 중에 집에서 6개월, 시골에서 3개월, 외국에서 3개월을 보내며 살겠다는 계획을 말한다.

집은 친구들과 만나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도시에 둔다. 집에서는 일년에 6개월 정도만 지낸다. 3개월은 고향이나 시골에서, 또는 국내여행을 하며 보낸다. 나머지 3개월은 외국에서 지낸다. 친구는 외국에서 거주할 숙소를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 듯하다. 일에서 떠나 인생을 즐기며 살고픈 친구의 계획이 그럴 듯해 보였다. 물론 이것은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나 꿈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유가 됨에도 불구하고 은퇴 이후에도 일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친구가 말한 ‘633의 법칙’을 나에게도 준용해 보고 싶다. 6개월은 집에서 지내는 기본생활이다. 3개월은 농사철에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 일손을 돕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 3개월은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 예를 들면 한 달 정도 제주도에 내려가 지내는 것이다. 또는 긴 도보여행을 해 볼 수도 있다. 친구처럼 외국에 나갈 마음은 별로 없다.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것이 어떤 종류든 2:1:1의 시간 배분은 상당히 의미 있어 보인다. 사람이라면 해야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해야 할 일에만 매달릴 수도 없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도 없다. 둘 사이에는 적당한 조화가 필요하다. 2:1:1은 그에 대한 적절한 지침을 주는 비율로 생각된다.

친구에 비해 나는 아무 설계도가 없이 은퇴를 맞았다. 무계획을 계획으로 삼은 것이다. 생각이 너무 많음도 과유불급이라고 핑계를 댔다.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모자라는 부분은 친구의 조언을 들으며 참고하면 된다. 어쨌든 친구가 말한 ‘633의 법칙’은 흥미롭다. 무엇을 하든 삶이 지루해져서는 안 되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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