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를 지내기 위해 지방을 쓸 때 '학생(學生)'이라는 글자에서는 늘 가슴이 뭉클해진다. 학사금이 없어 소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아버지의 한이 생각나서다. 돌아가셔서야 '학생'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학생'이 벼슬을 하지 못한 망인에게 붙인다지만 의미로 보면 매우 아름다운 이름이다. 꼭 학교에서 배우는 게 공부가 아니다. 삶이 곧 공부인 것이다. '학생'이라는 말에는 인생을 배우는 과정으로 보는 유교의 관점이 들어 있다.
학(學)은 도(道)나 각(覺)보다 훨씬 친근하고 가깝다. 도나 각은 아무나 다다를 수 없다. 그러나 학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삶을 통해서 더 나은 인간으로 나아가는 노력이 학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살아서도 학생이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학교의 학생인 것이다.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공부다. 실패도 좌절도 공부의 한 과정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무엇이라도 감내할 자신이 생긴다.
김사인 시인의 '공부'라는 시가 있다.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학생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