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낯선 모교

샌. 2016. 7. 15. 13:29

 

고향에 내려간 길에 모교에 들렀다. 헤아려보니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느덧 52년이 흘렀다. 가늠하기 힘든 까마득한 세월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로 어제 일 같기도 하다. 나이 들고 옛 자리를 찾아보는 일은 어디든 착잡하기만 하다.

 

옛 흔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나무로 된 검은색 옛 교사는 진즉에 사라졌다. 운동장 귀퉁이에 서 있던 큰 느티나무도 운동장이 확장되며 오래전에 베어졌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현재와 연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모교인데 너무 낯설다.

 

대신 학교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모던해졌다. 시설 투자가 많이 되는 것 같다. 작년에는 강당이 새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전체 학생수는 66명이다. 한 학년에 겨우 한 학급씩 유지되고 있다. 그것도 면내에 있었던 세 학교가 통폐합된 결과다. 우리가 다닐 때는 여기만 800명 가까이 되었다. 지금 우리 동네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딱 하나 있다. 학생을 태우러 마을마다 통학버스가 돌아다닌다.

 

동네 골목마다 아이들로 북적대던 시절이 있었다. 집마다 아이 다섯은 기본이었고, 대가족제라 삼사대가 모여 살았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지금은 텅 빈 집들 사이로 허리 구부러진 노인들이 땅을 지키고 있다.

 

그 시절, 지금의 우리나 이 상황을 예상이나 했을까. 천지개벽일 정도로 세상은 변했다. 모교는 13년 뒤면 개교 100주년이 된다. 그때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은근 걱정이 된다.

 

시대는 변해도 동심의 꿈은 마찬가지일까? 시골에 살아도 아이들이 산야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 같이 놀 동무가 없다. 여름이면 동네 앞 강에는 홀딱 벗고 물놀이하는 아이들로 새까맸다. 지금은 사람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물은 흘러도 풀만 무성할 뿐이다. 낯선 풍경이다,

 

허나 낯선 게 어디 모교나 고향만이랴. 형제도 낯설 때 있고, 때로는 가족도 그렇다. 심지어는 내가 나한테 낯설기도 하다. 사람살이가 그러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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