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민중은 개돼지

샌. 2016. 7. 17. 14:35

교육부의 한 고위직 공무원이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을 했다가 공분을 샀고, 결국은 파면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실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민중은 개돼지로 먹고살게만 해 주면 된다." "신분제는 공고화되어야 한다." 기자와의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극적인 말이었다.

 

내가 이번 사건을 두려워하는 건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이런 정서가 보편적이지 않을까, 라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되는 문제의 근본에는 엘리트주의가 깔려 있다. 1%의 엘리트가 99%의 민중을 먹여 살린다는 개념이 암암리에 작동하고 있다. 동시에 99%의 민중은 어리석다는 것이 기본 인식이다. 이미 계급사회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돼지' 발언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엘리트층의 공개적인 선언 같다. 처음 들을 때 충격적이지 한 번 듣고 나면 내성이 생겨 그런가 보다, 하게 된다. 1% 인간들의 삶이나 생각을 우리가 알 수는 없다.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그들은 이미 99%를 통제하는 테크닉을 갖추고 있는지 모른다.

 

신분이나 인종으로 차별받는 세상을 없애는 데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는 역사가 말해 준다. 그러나 내재된 선민의식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부와 신분을 세습하려는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다. 정보와 기술의 독점에 따른 신 신분사회가 도래한 가능성도 충분하다.

 

1%에 편입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99%가 있는 한 세상의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중은 1%의 자발적 하수인이다. 아무리 분노해도 이 틀을 깨기가 난망하기 때문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분노보다 더 중요한 건 이성적 비판과 성찰이다. 그들이 조심하고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건 민중의 깨인 의식일 수밖에 없다.

 

이번 일에 대한 김규항 씨의 코멘트를 옮긴다.

 

"특별히 솔직한 놈일 뿐, 이놈들이 대체로 이런 식의 사고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런데 이놈들이 원래 이렇게 생겨먹은 놈들이라고만 분노하는 건, 상황을 회피하는 일일 수 있다. 대체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보였기에 이놈들이 이런 사고 구조를 굳힌 걸까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이놈들이 개돼지라는 표현을 못하게 만드는 걸 넘어, 개돼지라는 생각을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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