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날씨다. 이번 여름은 에어컨 신세를 톡톡히 지고 있다. 트레커 산행은 이 더위의 한가운데서도 멈추지 않는다. 취소되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없다.
이번 산행지는 금산 성치산이었다. 열두개의 폭포가 있는 무자치골을 택했지만 이 지역은 장마 때도 비가 거의 안 왔다고 한다. 힘 없는 오줌줄기 같은 물만 흐르는 게 고작이었다. 수량만 넉넉하면 괜찮은 풍경을 만들 것 같다.
바삐 지나치느라 1에서 4폭포는 보질 못하고, 5폭포부터 12폭포의 모습만 힘들게 담아 보았다.
제 5폭포[죽포동천폭포]
폭포 아래에 새겨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청뢰(晴雷)'라는 글씨처럼 십이폭포를 대표하는 폭포다. 파란 대나무처럼 우거진 수목이 맑은 물에 비춰져, 마치 수면이 대나무숲처럼 보여 '죽포'이고, 맑은 골짜기 안에 따로 있는 별천지로 신선이 사는 '동천'이라 해서 '죽포동천폭포'라고 한다.
제 6폭포[구지소유천폭포]
'눈을 붐어 숲나무 끝과 벽에 푸른 안개 피어 오르고 / 층층이 열두 개의 신령스런 발이 걸려 있으니 / 석문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네 / 이것이 구지봉과 소유천이라는 것을 알겠네'라는 시가 있어 '구지소유천폭포'라 한다. 시원한 바람을 차고 있다는 풍패(風佩)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제 7폭포[고래폭포]
폭포수가 바위의 빗살 같은 홈을 타고 가닥가닥 흘러내리는 모습이 꼭 수염고래 입처럼 생겨 '고래폭포'이다. 고래폭포가 입이라면, 구지소유천폭포가 그 고래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처럼 보인다.
제 8폭포[명설폭포]
하얀 물보라는 눈이고, 폭포수가 바닥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라는 뜻으로 '명설(鳴雪)'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명설폭포'라 한다. 잘 다듬어져 있는 하얀 못에 지금도 선녀가 어디선가 옷을 추스리고 있을 것 같다.
제 9폭포[운옥폭포]
물방울은 은하수를 뜻하고 구름 위로 은하수가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 '운옥(雲玉)'이라 새겨져 있어 '운옥폭포'라 한다. 높이로는 죽포동천에 비하여 작지만 넓이로 보자면 12폭포 중에서 제일이어서 모두 여섯 개의 못을 거느리고 있다. 등용문과 관련된 뜻이 들어 있는 어대원(魚大原)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제 10폭포[거북폭포]
폭포 밑에 있는 오른쪽 바위가 거북이 머리고, 왼편에 있는 푸른 못이 거북이 등껍질이 되어 바위와 못이 하나로 합쳐져 거북이 전 모습이 되니 '거북폭포'라고 한다. 십이폭포에 맺힌 은하수를 북두칠성을 향해 실어 나르는 느낌이다.
제 11폭포[금룡폭포]
긴 비단을 펼쳐 놓은 듯 황갈색 용이 땅으로 흘러내리는 듯하고, 폭포 끝자락에 '금룡(錦龍)'이라는 아름다운 글자가 있어 '금룡폭포'라 한다. 폭포 아래에서 위쪽을 보면 폭포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다.
제 12폭포[산학폭포]
폭포 왼편에 '산학(山鶴)'이라는 글씨가 새겨 있어 '산학폭포'라 한다. 십이폭포가 신선이 사는 계곡이라, 신선이 하늘이나 계곡의 정상인 선봉(仙峰)으로 오르기 위해 타고 다니는 학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