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날며
마음이 착해지는 것이었다
저 아랜
구름도 멈춰 얌전
손을 쓰윽 새 가슴에 들이밀며
이렇게 말해보고 싶었다
놀랄 것 없어 늘 하늘 날아 순할
너의 마음 한번 만져보고 싶어
새들도 먹이를 먹지 않는 하늘길에서
음식을 먹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나라 가는 길이라
차마, 하늘에서, 불경스러워, 소변이나 참아보았다
- 하늘길 / 함민복
지지난달에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였다. 캔맥주를 부탁했다가 다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승무원에게 화를 냈던 적이 있었다. 맥주도 안 주는 이따위 비행기가 어디 있냐고, 했을 것이다. 이 시를 접하니 그때 일이 더 뜨끔해진다. 시인은 하늘길에서 음식 먹는 것도 미안하고, 불경스러워 소변도 참았다는데 내 꼬락서니는 뭐였단 말인가. 아, 똑같은 길을 가도 사람 마음씀씀이는 천차만별이구나. "비행기를 타고 날며 마음이 착해지는 것이었다." 다음번에 비행기 탈 때는 시인의 흉내라도 내 보자.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느림은 / 정현종 (0) | 2016.09.18 |
---|---|
별 / 류시화 (0) | 2016.09.11 |
여행 / 박경리 (0) | 2016.08.29 |
여보라는 말 / 윤석정 (0) | 2016.08.21 |
보살 / 김사인 (0) | 2016.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