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느림은,
'진짜'에 이르기 어려워
그건 정말 어려워
미루고 망설이는 모습인데
앎과 느낌과 표정이
얼마나 진짜인지에 민감할수록
더더욱 느려지는 이 느낌은....
- 이 느림은 / 정현종
그러고 보니 '느림'과 '느낌'이라는 두 단어는 많이 닮아 있다. 진짜 느낌은 느리게 찾아온다는 뜻인지 모른다. 알게 될수록 주저하고 망설이게 되고, 진짜 앎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도덕경> 15장에 옛 성인을 묘사한 이런 말이 나온다.
古之善爲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夫唯不可識 故强爲之容 豫兮 若冬涉川 猶兮 若畏四隣 儼兮 其若客.....
도를 체득한 훌륭한 옛사람은
미묘현통하여 그 깊이를 알 수 없었습니다.
알 수 없으니
드러난 모습으로 억지로 형용을 하자면
겨울에 강을 건너듯 머뭇거리고
사방의 이웃 대하듯 주춤거리고
손님처럼 어려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