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 버틸 장사는 없다.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고 새로운 존재가 그 뒤를 잇는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고향집을 지은지 54년이 되었다. 다른 한옥의 나무를 가져다 뼈대를 만들었으니 실제 나이는 훨씬 더 오래 되었을 것이다. 한때는 여덟 식구가 북적였지만 지금은 연로하신 어머니 홀로 지키고 계시다. 이제 이 집도 지상에서의 연을 마감하려 한다.
어머니를 모시고 상주에 사는 동생네 집에 간 날, 750살이나 되신 감나무를 찾아갔다. 나이에 많이 뻥튀기가 된 나무다. 사람은 나이 드는 걸 감추는데 나무는 나이 많은 걸 자랑한다.
자주 어머니를 뵙지만 함께 사진을 찍는 일은 거의 없다. 오랜만에 같이 감나무 앞에 섰다. 늙으면 왜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지 나도 이제 알아가는 나이가 되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점점 노쇠해져가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가슴이 시리다. 이 지상에서 함께 살 날이 그리 많지 않은데, 정말 세월은 속절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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