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포도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오릅니다
보리는 그 윤나는 머리를 풀어헤쳤습니다
바람이 마음대로 붙잡고 속삭입니다
어디서 종다리 한 놈 포루루 떠오르지 않나요
꺼어먼 살구남기에 곧
올연한 분홍 베일이 씌워질까 봅니다
- 봄의 서곡 / 노천명
시절이 하 수상하니 봄이 와도 봄을 실감하지 못한다. 세월호는 3년만에 뭍으로 돌아왔고, 탄핵 당한 전직 대통령은 감방에 들어갔다. 묵직한 돌덩이가 짓누르는 것 같다. 곧 대통령 선거가 있지만 누가 되든 선거 후가 다시 걱정이다. 봄의 감성을 일깨우려 시를 하나 골라보지만 가슴까지 젖지는 않는다.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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