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이지만 처한 곳이 없는 곳을 공간[宇]이라 하며
오래이지만 그 근본을 표시할 수 없는 것을
시간[宙]이라 한다.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나게도 하며 들게도 하지만
그 들고남이 그 형체를 나타내지 않는다.
이것을 이른바 '하늘 문'이라 한다.
그러므로 천문(天門)은 '무유(無有)'이며
만물은 이 무유에서 나온다.
유는 유를 창조할 수 없으니
유는 반드시 무유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무유는 유일자인 무유다.
성인은 이 유일자인 무유를 간직한다.
有實而無乎處者 宇也
有長而無本剽者
宙也
有乎生 有乎死
有乎出 有乎入
入出而無見其形
是謂天門
天門者無有也
萬物出乎無有
有不能以有爲
有必出乎無有
而無有一無有
聖人藏乎是
- 庚桑楚 7
뜻은 잘 모르지만 장자의 우주론으로 들린다.물론 서양과학의 우주론과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 왜 과학이 서양에서 먼저 발달했는지는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있는 것 같다. 대체로 서양은 귀납적이고 동양은 연역적이다. 서양은 사물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진리로 접근하는데동양은 근본을 먼저 추구한다. 나무를 예로 들면 서양은 눈에 보이는 잎과 줄기를 가지고 나무의 실체를 알려고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근본이 되는 뿌리에 더 관심을 둔다. 동양이 더 사변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장자는 무(無)를 우주의 근본으로 본다. 서양에서 무는 별로 중요하게 취급 받지 않았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란 탐구할 가치도 없었다. 그러나 현대물리학에서 무는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만물이 생성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양자론에서 진공은 온갖 미립자들이 생성 소멸을 반복하는 공간이다. 춤추는 입자들의 마당이다. 유(有)의 세계는 무(無)의 세계의 파생물일 뿐이다. 유는 반드시 무에서 나온다는 장자의 말이 맞다. 현대물리학과 동양철학이 이렇게 만난다.
여기에 나오는 '천문(天門)'을 과학 용어로 변환하면 '블랙홀'이나 '빅뱅' 쯤이 되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장자와 현대과학이 연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