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55]

샌. 2011. 2. 17. 11:05

물질을 재용으로 삼음으로써 몸을 기르고

사적소유를 걱정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을 살리며

안을 공경함으로써 밖을 통달하는 것이다.

만일 이러고도 온갖 악이 이른 것은

모두 천명일 뿐 인위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룸을 윤택하게 하기에 부족하고

영혼의 집을 윤택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備物以將形

藏不虞以生心

敬中以達彼

若是而萬惡至者

皆天也而非人也

不足以滑成

不可內於靈臺

 

- 庚桑楚 5

 

얼마 전에 병고와 가난에 시달리던 한 시나리오 작가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이런 쪽지를 이웃집에 붙여놓은지 며칠 뒤였다. 독거노인들의 외로운 죽음은 자주 접하지만 이번의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의 죽음은 우리를 더 슬프고 안타깝게 한다. 사회안전망이 되어 있더라면, 얼마간의 기본소득이라도 보장된 사회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돈이 없으면 병도 고칠 수 없고, 먹지도 못하고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비정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 드러난 것이다. 동시에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연봉이 대부분 600만 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 이렇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사적소유를 걱정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을 살리며', 장자에 나오는 이 구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와는 정반대다. 사적소유를 걱정하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저승길로 간다. 그러니 사람들은 창고에 넘치도록 쌓고도 안심을 하지 못한다. 이런 경쟁사회, 불안사회에서 낙오자는 죽음의 길로 내몰린다. 지금도 하루에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대한민국은 죽임의 사회다. 내가 살아남아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안도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살벌하고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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