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52]

샌. 2011. 1. 23. 07:01

어진 사람을 등용함으로써

백성들끼리 서로 알력이 생기게 했고,

지혜 있는 자를 임용함으로써

백성들이 서로 도둑질을 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사물을 셈하는 자는

백성을 행복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백성들에게 자기 이익을 위해 너무 힘쓰게 함으로써

급기야 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신하가 군주를 죽이고

한낮에 도둑질을 하고 남의 담장을 뚫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너희에게 말하노니 이러한 큰 혼란의 뿌리는

분명히 요순시대에 생긴 것이다.

그 폐해는 천대까지 남을 것이니

천년 후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다.

 

擧賢

則民相軋

任知

則民相盜

之數物者

不足以厚民

民之於利甚勤

子有殺父 臣有殺君

正晝爲盜 日中穴배

吾語汝 大亂之本

必生於堯舜之間

其末存乎千世之後

千歲之後

其必有人與人相食者也

 

- 庚桑楚 2

 

장자가 살던 때는 춘추전국시대로 군소국가들이 난립하면서 패권을 다투었다. 중국 역사에서도 최대의 혼란기였다. 그러다 보니 전쟁과 죽음이 끊일 새가 없었다. 장자가 속했던 송(宋)나라에는 강왕((康王)의 포악무도한 정치로 백성들은 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그런데 장자는 이런 폭력과 혼란의 원인이요순시대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공자나 기존의 학자들이 태평성대로 그린 요순시대가 장자에게는 불행의 씨앗을 잉태한 시대로 보인것이다. 그 이유는 어진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을 등용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경쟁과 자기 이익을 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요순부터 유위(有爲)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욕심과 돈 때문에 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도둑이 담장을 넘는다. 혼란의 뿌리를 요순시대에서 찾음으로써 장자의 역사관은 공자나 동시대 지식인의 의식과는 완연히 다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유위에서 다시 무위(無爲)로 돌아가야 한다. 노자가말한 절성기지(絶聖棄智), 무지무욕(無知無欲)의 요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이건 어찌 보면 반문명 선언이다. 장자의 해법은 본질적이고 근원적이다. 문제의 현상만 다루는 미봉책이 아니라 문제의 뿌리에 메스를 댄다.장자의 주장이 일견 비현실적이고 몽상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천년 후에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잡아먹는 시대가 올 것이다.' 섬뜩한 예언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이제 돈 때문에 벌어지는 패륜은 별로 뉴스거리도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똑똑한 인간이 더 큰 도둑질을 하고 다른 사람을 잡아먹으며 배를 불린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세상은 똑똑한 식인종을 대량생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장자 시대에는 일부 폭군이나 정치 지도자가 전횡을 일삼으며 사욕을 채웠다. 그러나 지금은 만인이 만인에 대해 싸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도 더욱 은밀하고 교활해진 방법으로 말이다. 정말로 두려운 건 진짜 무서운 적은 눈에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놈은 우리 곁에서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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