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50]

샌. 2011. 1. 2. 07:33

성인은 물질에 거처하지만 물질을 해치지 않는다.

물질을 상하지 않는 자는 물질도 그를 상하지 않는다.

오직 상하는 일이 없는 자만이

능히 남과 더불어 서로 보내고 맞이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산과 숲, 언덕과 논밭은

나를 기쁘게 해 주지만

그러나 즐거움이 끝나기도 전에 슬픔이 잇는다.

나는 슬픔과 즐거움이 와도 막을 수 없고

가도 멈추게 할 수 없구나!

슬프다! 세상 사람들은 물질을 위한 여인숙에 불과하구나!

 

聖人處物不傷物

不傷物者 物不能傷也

唯無所傷者

爲能與人相將迎

山林與皐壤與

使我欣欣然而樂與

樂未畢也 哀又繼之

哀樂之來 吾不能御

其去不能止

悲夫 世人直爲物逆旅耳

 

- 知北遊 13

 

장자의 물(物)은 나 이외의 외적 대상 전체를 가리킨다. 인간의 감관과 사유의 대상이 되는 현상계의 일체 사물이나 사건들이다. 그래서 외물(外物)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물(物)을 물질(物質)로 번역한 것은 부정확한 것 같다. 파동이나 에너지도 물(物)이지만 그걸 물질이라고 하진 않는다.

 

물(物)은 변화와 운동이 특징이다. 인간은 항상 그런 물(物)과 접촉하고 반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인간은 물(物)에 의존하고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희노애락의 감정이 여기서 생겨난다. 내 소유로 하려 하지만 물(物)은 왔다가는 사라진다. 벗어나려 하지만 벗어날 수가 없다. 늘 괴롭고 힘들다. 이것이 물(物)에 의지하는 사람의 삶이다.

 

장자가 말하는 '물질을 해치지 않는다'는 물(物)에 사로잡히지 않는 삶을 뜻한다. 물(物)과 함께 하지만 물(物)에 초연하다. 오는 것을 환영하지도 않고 가는 것을 붙잡지도 않는다. 그렇게 될 때 물질도 그를 상하게 하지 못한다. 이것이 성인의 삶이다.

 

장자 산목편에도 '物物而不傷於物'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物)을 물(物) 그대로 대하면 물(物)에 사로잡혀 물(物)의 부림을 받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내가 주인이라면 물(物)은 손님이다. 주객역전이 되는 신세가 되지 말라고 장자는 말한다. 슬프게도 세상 사람들은 손님을 위한 여인숙 역할만 하고 있다. 그것이 돈이든, 명예든, 건강이든, 생명이든, 물(物)에 의해 나 자신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사람들은 은퇴 뒤에 일이 없으면 무료해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걱정한다. 장자라면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너무 일에 집착하지 말라. 일의 유무가 아니라 네 마음의 문제다. 일을 찾아 허둥댄다면 평생을 일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는 네 마음을 찾아라. 그리고 물(物)의 변화에 흔들림 없이 서라. 그것이 심재(心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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