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51]

샌. 2011. 1. 13. 11:00

노담의 제자 중에 경상초(庚桑楚)라는 자가 있었는데

노담의 도를 조금 아는 자로서

북쪽으로 외루산에서 살았다.

그는 신하가 되려고 지자(知者)인 척하는 자들을 물리쳤고

첩이 되려고 인자(仁者)인 척하는 자들을 멀리했다.

추인들과 더불어 살고

일꾼들과 일하며 따랐다.

삼 년이 지나자 외루 지방은 풍족해졌다.

 

老聃之役有庚桑楚者

偏得老聃之道

以北居外壘之山

其臣之晝然知者去之

其妾之설然仁者遠之

옹腫之與居

앙掌之爲使

去三年外壘大壤

 

- 庚桑楚 1

 

노자의 제자로 경상초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노자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사람이다. 그가 지자(知者)와 인자(仁者)를 물리쳤다는 것은 세상의 가치를 멀리했다는 것을 뜻한다. 지혜로운 자와 어진 자는 세상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다. 노자가 지(知)보다도 무지(無知)를 강조하는 것은 지(知)에 대한 경쟁이 인간 본성을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인(仁)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이념도 자칫하면 인간에게 굴레로 작용한다. 인위적인 명분을 내세울수록 속은 썩어간다. 다스림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 다스림이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경상초가 추인들과 더불어 살며 일꾼들과 일하며 따랐다는 것이다. 경상초는 단순한 은자가 아니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낮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노자와 장자가 지향하는 세상를 엿볼 수 있다. 그것은 대동(大同)의 세상이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내가 앞서려는 게 아니라 남을 앞에 세운다. 위로 오르려는 게 아니라 차라리 밑자리를 택한다. 앞서 가고 많이 소유한다고 인간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도리어 그 반대가 될 때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삼 년이 지나자 경상초가 살던 외루 지방은 풍족해졌다고 했다. 이것은 꼭 물질의 풍족 만이 아니라 마음의 풍족일 것이다. 서로가 동고동락하고 상부상조하는 공동체는 가난해도 정신적으로는 풍요롭다. 거창한 이념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간다. 노자와 장자가 꿈 꾼 세상은 무지무욕(無知無欲)의 이런 원시 공동체였다. 지금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는지, 그래서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자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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