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48]

샌. 2010. 12. 19. 19:24

광요가 무유에게 물어 말했다.

"무유! 그대는 있는 것이오, 있지 않은 것이오?"

광요는 질문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 모양이

심원한 듯! 공허한 듯!

종일 들여다보아도 볼 수 없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고,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았다.

광요가 말했다. "무유는 지극하구나!

누가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나는 무를 가진 경지는 알았으나

무도 없는 경지는 이루지 못했다.

유가 없는 경지를 겨우 이룬 내가

어떻게 무도 없는 경지에 이르겠는가?"

 

光曜問乎無有曰

夫子有乎其無有乎

光曜不得問

而孰視其狀貌

요然空然

終日視之而不見

聽之而不聞 搏之而不得也

光曜曰 至矣

其孰能至此乎

予能有無矣

而未能無無也

及爲無有矣

何從至此哉

 

- 知北遊 11

 

우리는 상대적 개념으로 사물이나 말의 의미를 파악한다. 그래서 무(無)의 이해도유(有)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것이 무유(無有), 즉 유가 없는 경지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런 이성적 이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장자가 말하는 무는 단순히 없음이 아니다. 그걸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장자 철학의 무(無)는 불교의 공(空)과 비슷하다. 무나 공이라는 언어를 빌려왔으나 그 실체는 알 수 없다.

 

무유(無有), 유무(有無) 너머에 무무(無無)가 있다고 한다. 무무란 무도 없는 경지다. 나에겐 택도 없이 먼 얘기다. 아니면 말장난 쯤으로나 들린다. 논리적으로 무무란 상대적 개념을 떠난 '절대 무'를 말하는 것이구나, 하고 이해를 한다. 그러나 머리로 헤아릴 수있는 일이 아니다. 정신세계의 심원한 깊이는 무궁무진하다. 유가 없는 경지에도 이르지 못한 내가 어찌 무가 없는 경지를 논할 수가 있겠는가. 그저 먼 발치에서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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