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45]

샌. 2010. 11. 27. 08:22

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이른 바 도는 어디에 있소?"

장자가 답했다. "없는 곳이 없소."

동곽자가 말했다. "요약해 주시면 좋겠소."

장자가 말했다. "도는 땅강아지와 개미에게 있소."

동곽자가 말했다. "어찌 그처럼 낮은 곳에 있단 말이오?"

장자가 말했다. "도는 돌피와 참피에 있소."

동곽자가 말했다. "어찌 더욱 낮아지는 것이오?"

장자가 말했다. "도는 기와와 벽돌에도 있소."

동곽자가 말했다. "어찌 더욱 심해지시오?"

장자가 말했다. "도는 똥과 오줌에도 있소."

동곽자는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東郭子問於莊子曰

所謂道惡乎在

莊子曰 無所不在

東郭子曰 期而後可

莊子曰 在루蟻

曰 何其何邪

曰 在제稗

曰 何愈其何邪

曰 在瓦벽

曰 何愈甚邪

曰 在屎尿

東郭子 不應

 

- 知北遊 8

 

한 스님이 운문선사를 찾아와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선사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뒷간의 똥막대기다." 장자의 대답은 운문선사의 선문답을 떠올린다.

 

여기서 장자는 도(道)의 무소부재(無所不在)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도가 성스럽고 고원한 것이라는 동곽자의 선입견을 깨뜨리려 한다. 부처를 똥막대기로 부르는 운문선사의 경우와 같다. 우리는 사물을 고상하고 천박한 것으로 나누는 잘못된 눈을 가지고 있다. 똥과 오줌을 더럽다고 여기는 것은 편견일 뿐이다. 갓난 아기는 지렁이를 징그럽다 하지 않는다. 깨달음이란 그런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이다.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도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동곽자의 질문은 분별심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삼라만상이 모두 부처라는 것은 삼라만상에 어떤 차별이나 구별이 없다는 말이다. 부처든 무엇이든 신성시하고 교조화 되면 진리의 숨결은 사라진다. 성(聖)과 속(俗)을 구분하면서 성스러움에 집착하는 인간의 편견을 장자는깨뜨리려고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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