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46]

샌. 2010. 12. 5. 06:32

모든 사물은

사물을 무리 지어 차별하는 경계가 없는 것이니

사물에 경계가 있다면

언어로 일컬어진 사물의 경계일 뿐이다.

경계 없는 것(물질)을 언어로 경계 지은 것이므로

그 경계는 사물의 경계가 아니다.

차고 비고, 덜고 더한다고 말하지만

저들이 차고 빈다고 말한 것은

실은 차고 빈 것이 아니며,

저들이 덜고 더한다고 말한 것은

실은 덜고 더한 것이 아니며,

저들이 본(本)이요 말(末)이라고 말한 것은

실은 본말이 아니며,

저들이 쌓이고 흩어짐이라 말한 것은

실은 쌓이고 흩어진 것이 아니다.

 

物物者

與物無際

而物有際者

所謂物際者也

不際之際

際之不際者也

謂盈虛衰殺

彼謂盈虛

非盈虛

彼謂衰殺

非衰殺

彼謂本末

非本末

彼謂積散

非積散

 

- 知北遊 9

 

며칠전 나사(NASA)에서 새로운 생명체의 발견을 발표했다. 생명체의 필수 원소 중 하나인 인(P)이 아닌 비소(As)를 기반으로 생명활동을 하는 박테리아가 미국 동부 모노(Mono) 호수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박테리아는 비소에 내성을 보이는 것을 넘어 DNA 체성분으로 비소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생명체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허무는 획기적인 발견이다. 생명체는 이러해야 한다는 지구 중심의 생명관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전혀 엉뚱한, 인간이 상상하지 못하는 생명체가 우주에 존재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SF 소설인 '솔라리스'에 나오는 것처럼 바다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가 될 수도 있다. 인간 의식의 성장이란 인간과 지구중심 관점의 폐지를 말한다. 나중에는 생명과 생명 아닌 것의 경계도 허물어질 것이고, 우주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볼 날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이상의 새로운 융합적 관점이 나타날지 모른다.

 

물질과 파동의 구분도 마찬가지다.물질과 파동을 나누는 경계는 없다. 모든 존재는 물질이면서 파동이다. 이것은 애초에 물질과 파동으로 구분한 인간의 언어 개념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우리는 세계를 인식하기 위하여 언어를 사용한다. 언어는 이것과 저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구분은 언어에 한할 뿐 존재 자체의 구분은 아니다. 하물며 정신세계에서는 오죽하겠는가. 언어나 문자에 매인다면 존재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한다. 신이나 부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전수 받고 알고 있는 신과 부처의 개념을 허물 때만이 진정한 신과 부처의 모습에 다가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둘의 구분조차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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