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42]

샌. 2010. 10. 30. 15:39

너는 갓 난 송아지처럼 순진무구한 눈으로 보고

옛 법을 구하지 말라!

 

汝瞳焉如身出之犢

而無求其故

 

- 知北遊 5

 

처음 장자를 읽었을 때 이 구절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책상 위에 붙여놓고 암송을 했다. 장자 33장에서 말하려는 것이 이 글 속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았다. 갓 태어난 송아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것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뜻이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세상의 가치관에 물들지 않은 순진무구한 마음이 필요하다. 노자가 어린아이의 마음을 강조하고, 예수가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씀도 마찬가지다.

 

사회 속에 존재하는 인간은 그 시대와 지역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선 시대에는 유교의 틀로 세상을 인식했고 지금은 자본주의의 틀로 세상을 인식한다. 마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그런 것이 고정관념이 되어 편견으로 작용해서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를 억압하고 규격화된 생각을 낳는다. 장자가 우려한 것은 인간의 본성을 왜곡하는 오염된 믿음들이다. 여기서는 '옛 법'이라고 했다.

 

특히 현대와 같은 디지털 세상은 장자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이미지와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인공적인 환상을 현실이라고 믿을 날도 멀지 않았다. 인간의 눈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호화로운 구경거리들과 기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옛날의 색안경은 애교에 불과할지 모른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생각하는 게 솔직히 두렵다.

 

갓 난 송아지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마음의 순수를 회복해야 한다. 감각과 의식을 정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플러스가 아니고 마이너스의 과정이다. 비우고 덜어냄으로써 유년의 백지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야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보인다. 갓난아이가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는 호랑이에 대한 선입견이 없기 때문이다. 무지무욕(無知無欲)의 상태다. 도(道)와 함께 한다는 것은 그런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인간 해방과 구원이 거기에 있다고 장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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