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는 위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나 말이 없고
사시는 밝은 법을 가지고 있으나 강론하지 않으며
만물은 생성의 이치를 가지고 있으나 유세하지 않는다.
성인은 이와 같은 천지의 아름다움에 근거하여
만물의 이치를 통달하는 것이다.
天地有大美而不言
四時有明法而不議
萬物有成理而不說
聖人者原天地之美
而達萬物之理
- 知北遊 4
오랜만에 강원도로 나가 별을 보았다. 들녘은 만추로 익어가고 산야는 단풍으로 울긋불긋했다.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하고 만물은 변화를 거듭한다. 천지가 아름다운 것은 말 없이 이 모든 걸 행하기 때문이다. 무위(無爲)의 본(本)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미(自然美)란 인간의 손이 닿기 이전의 모습이다. 그러나 인간세상은 말도 많고 시끄럽다. 자연은 침묵하지만 인간은 소란하다. 인위적 아름다움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다. 유위(有爲)의 세계다.
도덕경에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은 천지의 아름다움을 본받음으로써 완전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천지는 도(道)를, 도는 자연을 본으로 삼는다. 여기서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함'으로 무위의 지극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성인은 천지의 아름다움을 보고 만물의 이치를 깨닫는다.
'천지의 아름다움'[天地之美]이라는 말에서 무위를 예찬하는 장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천지의 거울에 비추어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 아닐까. 나무는 스스로 몸을 비워내고, 가벼워진 나뭇잎은 한 줌 미련 없이 땅으로 떨어진다.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