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40]

샌. 2010. 10. 10. 18:52

사람이 태어남은 기(氣)가 모인 것이다.

모이면 태어나고 흩어지면 죽게 된다.

만약 사생(死生)이 이사 가는 것이라면

우리는 또 무엇을 걱정하랴?

그러므로 만물은 하나지만

이것이 신기하면 아름답다 하고

냄새나고 썩으면 밉다 한다.

그러나 썩은 것은 다시 신기해지고

신기한 것은 다시 썩는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천하란 통틀어 하나의 기일 뿐이니

성인도 반드시 하나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이다.

 

人之生氣之聚也

聚則爲生 散則爲死

若死生爲徒

吾又何患

故萬物一也

是其所美者爲神奇

其所惡者爲臭腐

臭腐復化爲神奇

神奇復化爲臭腐

故曰

通天下一氣耳

聖人故歸一

 

- 知北遊 3

 

인체는 기(氣)로 되어 있고, 생사란 기의 이합집산으로 보는 것이 동양의 사고방식인 것 같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생멸을 반복한다. 나고죽는 것도 그런 변화의 일부분일 뿐이다. 기(氣)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물리적으로는 에너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너지는 새로 생기거나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뀐다. 그런 관점에서 생사일여(生死一如)라는 말도 나온 것 같다.

 

철학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동양에서는 그런 변화를 수용하는 입장을 취한 반면, 서양에서는 변화하는 자연 너머의 상(常)의 세계에 관심이 크지 않았나 싶다. 동양에서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서양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생사관에서 동양과 서양은 차이를 보인다.

 

기가 모이면 생명을 얻고, 기가 흩어지면 죽게 된다. 마치 이사 가는 것처럼 사생이란 기의 변화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것은 아름답다 하고,어떤 것은 싫다 한다. 신기한 것은 썩고, 썩은 것은 다시 신기해지는 줄은 알지 못한다. 큰 변화의 한 과정이라 여긴다면 굳이 삶에 집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유서를 남기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행복전도사의 자살도 있었다. 사는 게 뭐고, 죽는 게 뭔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장자가 삶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삶이 소중하면 죽음도 마찬가지다. 삶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성인은 삶과 죽음을 둘로 나누어 보지 않는다. 마치 바다에 이는 물결처럼 우리는 우주에너지의 대해에서 춤추는 작은 물방을들이다.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런 관점이라면 인생은 좀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이처럼 조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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